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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에 진심. 살며 발레하며, 이젠 덜 흔들리기를.

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29회

by Sujiney

고백하건대, 살짝은 두렵다. 연희동에 짓고 있는 나의 작은 집 이야기. 완공을 앞두고 여러 마무리와 준비를 하면서, 궁금하기 때문. 이 집은 어떤 공간이 될까. 어떤 사람들이 올까. 어떤 꿈들이 태어나고 실현될까. 살다 보면 희로애락이 다양히 올 텐데, 그 감정은 어떤 형태로 소화되어 갈까.

가능성의 다른 이름은 불확실성이라, 두려움을 동반한다. 가장 두려운 건 물론, 대출 이자에다, 계획했던 것보다 딱 1.8배 더 소요되는 건축비. 아마도 두려움의 팔 할은... 그래, 솔직해지자. 돈이겠지. 가끔은 "내가 이런 큰 일을 벌였다니"라고 스스로에게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맞다, 주로 대출 이자로 인해 월급님이 통장에서 로그아웃하신 이후.


연희동 온고 파티스리의 새해 디저트, 갈레뜨 드 루아. 초점 또 안 맞았네, 내 인생의 어느 시절마냥. By Sujiney


하지만 생각해 보면, 가능성은 축복이다.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그걸 내가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오랜 꿈을 실현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그럼에도, 내가 100% 확신을 갖고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하나 있으니, 집의 이름이다.

중심의 집. 영어로는 the House of Balance

이 이름을 붙이게 됐던 과정과 그 간략한 의미는 일전에 '취미발레인이 짓는 중심의 집, 소개합니다'라는 글에서도 소개.

https://brunch.co.kr/@sujiney/151


빼꼼. By Sujiney


중심에 진심이게 된 계기는 역시나, 발레.

발레 클래스에서, 아마도 전 세계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 탑 5 중엔 "중심을 이동하세요" "중심을 잡으세요"가 있을 거라는 데 500원 걸 수 있다.


오늘 들었던 발레조아 정훈일 선생님도 중급반에서 "오늘은 중심 이동을 많이 넣을 거예요"로 시작해서 "움직이는 다리보다도, 축다리의 중심과 그 발바닥, 등을 의식해야 해요" 등등, '중심'이라는 단어를 약 100번은 말씀하신 듯.


이번 주에만 "발레는 중심을 잡고 옮기는 게 거의 전부입니다"(최시몬 선생님) "중심을 잡는 걸 미리 계산하는 게 중요해요" (엄규성 선생님) 등의 중심 명언이 이어졌다.



아침 든든 챙기고 중심도 챙기자. By Sujiney


발레할 때 몸의 중심도 중요하지만, 오늘은 사실 마음의 중심 얘기를 더 하고 싶었다. 사실 발레 클래스는 멘털이 흔들릴 수 있는 일이 약 10만5679번 정도 일어난다.

내 경우.

자신의 레벨보다 높은 클래스를 들어가면 따라가기 급급하고, 순서를 외우기도 벅찬데 쁠리에도 깊게 해야 하고, 팔은 다리를 먼저 도와주는데 정해진 폴드브라를 따라야 하고, 그 와중에 횡격막은 닫아야 하고 팔은 등에서 뽑아서 쓰면서 등은 계속 잡고 있고 그 와중에 표정까지 예쁘게 해야 한다 헥헥.


여기에다, 매너의 문제도 있어서, 센터워크 첫 번째 순서는 절대로 하지 않으려 뒷걸음질 치는 얄미운 이들도 상당수. 친하지도 않은데 "몇 살이에요?"라고 호구조사하는 이들도 있고, 남을 평가하는 데만 바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생각한다. 이 모든 게 결국 내가 나 자신에게 집중해서 나만의 중심을 잡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 선에서 나에게만 집중해서 나만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내 자꾸,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남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서 욕심내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지 말자. 타인에게 친절하되 매몰되진 말자. 그럴 시간에 나의 쁘띠 알레그로와 쁠리에에 신경 더 쓰기.

중심에 진심인, 2025년.

중심의 집도 잘 마무리되기를 비나이다, 또 비나이다.

By Suji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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