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발레라는 자유, 부자유라는 희생

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37회

by Sujiney

자유는 자유롭게 얻을 수 없다. 영어 표현 Freedom is not free를 굳이 글맛이 살도록 번역해본 말. 자유는 공짜로 얻을 수 없다는 뜻이지만, 아름다운 우리말로도 말장난을 해보고 싶었다. 번역은 어떠하든, 뜻은 이걸로 통한다. 자유를 얻기 위해선 부자유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발레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자유롭다는 말은 자연스럽다는 말과도 통한다. 무대 위 무용수들을 보자. 이렇게 움직이는 게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이렇게 춰서 자유가 충만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나. 하지만 막상 배워보면 알게 된다. 이 자유를, 이 자연스러움을 얻는 건 몸과 마음 모두의 희생과 아픔을 감내한 대가라는 것.


오늘, 세종발레디플로마 두 번째 학기 개강일에 배운 '라 바야데르' 2막, 솔로르와 감자티 결혼식 중 큰 무희 배리에이션도 그러했다. 특히, 아래 장면. (출처 유니버설발레단 공식 유튜브, 저작권 유니버설발레단)



영상 속의 (한때 무려 선생님이라 불렀던) 이가영 솔리스트 등 무용수들의 표정과 몸짓, 테크닉 하나하나. 각자의 매력은 살아있되 지켜야할 동선과 시선을 정확히 지킨다. 쉬워 보인다. 하기 전까지는.




이 포즈였다. 보기만 해도 아프네.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 좌측 하단 표기



세종발레디플로마의 이번 학기 토요일반은 신혜진 국립발레단 발레 마스터와, 유니버설발레단의 사공다정 무용수께서 진행해주신다. 오늘도 여러 꿀팁이 쏟아졌다. 정보성 글은 네이버 블로그 '연희동 기자리나'에 쓰고 있으니, 브런치스토리에선 이 이야기만 짚어보자.

사공다정 선생님의 이 말씀.

"팔을 저 각도로 움직여야지, 해서는 안 돼요. 중심은 내 몸통, 즉 코어죠. 팔은 그 코어를 서포트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발레엔 엄격한 법칙이 있죠. 팔 포지션도 지켜야 하고요. 그 포지션을 지키고 있는데 몸통이 돌아가니까 팔이 저런 모양이 나오는 거지요.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는 겁니다. 인위적으로 저 모양을 만들겠어, 이런 생각이면 오히려 이상해집니다."

유레카. 인위적으로 저 시선을, 저 몸선(에뽈망)을 만들겠어, 라고 하면 외려 이상한 까닭을 사공 선생님은 다정하게도 알려주셨다. 나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흉내를 내는 느낌이 들거나, 엄청 힘을 들이며 하는 티가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내 몸을 내 맘대로 쓴다는 건 역시 사치다.

쉽진 않다. 자유와 자연은, 부자유와 부자연을 대가로 요구하니까.


세종대 발레실. 무심한 듯 툭, 흑조 의상. By Sujiney


하지만 그 대가를 나는 기꺼이 치를터. 자유와 자연은 아름다움으로 가는 핵심 교량이며, 쉽게 얻어지지 않는 것이기에 아름다운 것이니까. 발레만 그런가. 인생도 그러하다.

그러기 위해 내 등, 내 어깨, 내 골반을 정확이 인지하고, 더 뻗어내고, 더 중심을 잡고, 힘들어도 힘든 티를 내지 않는 것. 마음에 새기고 몸에 새겨두자. 발레 클래스에서도, 일상에서도.

그렇게 쌓인 일상이 내 일생을 만든다. 가는 길 힘들어도 웃으며 가자.

By Sujiney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잘하려고 하지 않아야 잘할 수 있다, 발레도 인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