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40회 발레는 어려워
"어깨가 없다고 생각해 봐."
처음 발레조아 김현우 원장님이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을 땐, 못 알아들었다.
"어깨가 없다고 상상해 보면 어때요?"
최시몬 선생님이 순도 100%의 진지함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을 땐, 걱정이 됐다.
"어깨는 없는 것처럼 생각하세요."
정혜연 선생님께서 다정한 야무짐으로 내 어깨를 만져주셨을 땐, 심각하구나 깨달았다.
당시 내 발레는 - 그것을 발레라고 부를 수 있다면 - 어깨춤이었던 것이다. 발레리나들의 낭창낭창하고 하늘거리는, 그러면서도 지켜야 할 길은 정확히 지키는 폴드브라(port de bras, 팔의 움직임)와는 대척점에 서있는, 어깨춤.
조성은 선생님이 언젠가 "발레 움직임의 내부자(숨은 리더)는 사실, 팔꿈치입니다 여러분, 어깨와 상부승모근은 힘을 빼세요"라고 하신 말씀도 지금은 뼈를 때리는 격언으로 알아듣는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무슨 말인지조차. 알아들을 여유가 없었다. 온몸에 온갖 힘을 끙, 영차, 으악 하고 주고 있느라고.
내가 힘을 과도하게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그것 자체로 물론 중요한 첫 단추는 꿰었다. 하지만 발레라는 건 참 요상도 하지. 첫 단추를 잘 꿰었다고 해서 두 번째 단추가 제대로 꿰어지지는 않는다. 외려 길을 잃게 되는 일이 다반사.
나는 생각했다.
힘을 과도하게 주고 있구나.
그럼 힘을 빼야지.
처음엔 온몸에 힘을 뺐다. 그때의 나는 아마도 속 빈 강정. 신장개업 주유소 앞의 풍선인형.
그러다 두 번째로는 힘을 빼려다 습관적으로 힘을 끙 주고 말았다.
힘을 빼려고 힘을 주다니.
어쩜 이리 쉬운 게 하나도 없을까.
발레도 인생도.
그러다 어제, 세종대 용덕관 발레실에서, 문득 깨달았다. 취미발레인들을 위한 등대, 세종대 발레과에서 지난 학기부터 1년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는 세종발레디플로마. 이론 수업 후 바워크와 센터워크의 클래스.
베테랑 선생님이신 홍경화 선생님께서 내게 "힘을 조금 빼볼까요? 힘이 과하면 오히려 골반이 비뚤어지면서 몸의 정렬이 흔들리거든요. 골반은 두고, 코어에만 힘을 줘서 풀업을 해봅시다."
그다음 시간인 레퍼토리, 즉 작품반 클래스에서도 국립발레단 전 솔리스트이자 현 발레 마스터이신 신혜진 선생님의 이 말씀. "아이스크림 스쿱 있죠? 그걸로 아랫배를 살짝, 하지만 힘 있게 떠올린다고 생각하세요. 어깨엔 힘을 빼고요. 몸의 각 부분을 분리를 해서 써야 해요."
와. 그래, 힘을 줄 곳엔 주고 뺄 곳엔 빼는 게 핵심이다.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 코웃음 치고 계시다면, 운동 천재이시거나, 운동과는 담쌓으신 분일 가능성 99%.
생각해 보면, 나는 발레에서도 인생에서도 힘을 줄 곳과 빼야 할 곳을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건 아닐까. 사회에서도 차별은 악이지만 구별은 필요하다. 발레에서도 인생에서도. 힘을 줄 곳과 뺄 곳을 구별하고, 분리해서 사용하는 것.
발레란, 인생이란, 참
어렵다.
하지만 그래서
의미 있다.
By Suji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