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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지, 발레도 인생도

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40회 "밸런스 그 까짓 거!"

by Sujiney

힘들고 아름답다, 발레도 인생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들은 보이지 않았던 힘든 과정의 결과이니까. 그리고 그 힘듦은, 끝이 보인 뒤에도 계속된다. 그래서 나온 말이겠지.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는 말.


레니 크래비츠의 노래, '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제목처럼.

잘난척하며 이렇게 글을 시작했지만, 사실 선생님께 야단 맞은 이야기다. 정성이 듬뿍 담긴, 나의 성장을 바라는 야단.


에스메랄다 양, 그리고 송미경 작가님 책 <<오늘의 개, 새>> 굿즈. By Sujiney


발레의 중심 축을 세워 밸런스를 잡고, 잡은 걸 유지하려고 온갖 용을 쓰던 중이었다. 최시몬 선생님은 우리를 곰곰히 보시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밸런스 잡을 때도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예요. 잡은 뒤 내려올 때까지, 아니 내려온 뒤에도 축다리 중심은 호흡으로 끝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일하는 다리가 축다리를 긁어내려와서, 바닥에 다시 착지를 하고 난 뒤, 그 뒤에야 밸런스는 끝나는 거예요. 끝까지 호흡을 놓치지 마세요."

아니 선생님. 밸런스를 잡는 것도 어려운데, 그것도 무려 최소 3초 최대 무한대로 잡으라고 호랑이 얼굴로 말씀하셔놓고는, 내려온 뒤에까지 호흡을 끌어올려 잡고 있으라굽쇼?

우리의 흔들리는 동공에도 최시몬 선생님은 아랑곳 않고, 설명을 이어가심.

"손을 앙바까지 내려오고 조금 더 기다린 다음에 축다리 힘을 풀어내는 연습을 계속 하시면 언젠가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밸런스 그 까짓 거!'"

밸런스의 정석. 출처 및 저작권 파리오페라발레단



음.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은 하나하나 모두가 주옥같지만, 밸런스 그까짓 거라는 말을 제가 할 수가 있을까요,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본다. 시몬쌤을 처음 뵈었을 때, 선생님의 흔들리던 동공. 내 5번 포지션은 6번으로 하릴 없이 되돌아갔고, 턴아웃은커녕 턴인의 정석을 보여드렸고, 음악 카운트도 인 아웃을 맞추지 못했다. 지금도 갈 길은 멀지만, 선생님이 음악을 끄는 일은 적어도 없다.

그래, 언젠가 생각할 수 있을 거야. 밸런스 그 까짓 거!
그날이 올 때까지,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는 마음으로 연습하기.


밸런스의 어나더 정석. 마리아넬라 누녜즈 사마.

인생도 발레도 호락호락하지 않지.
하지만 괜찮아.
나도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

By Suji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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