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은 교사가 말하여 가르치는 것보다 '침묵으로 가르치기' 즉,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교수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알아볼까요?
CHAPTER 1 '침묵으로 가르치기'는 무엇인가
우리는 훌륭한 교사를 열정적 강의를 능수능란하게 하고,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해주는, 배우와 같은 사람이라고 전통적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나는 주입식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닌 '침묵으로 가르치는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널리 행해지는 교육방법은 '말로 가르치기' 이다. 하지만 이는 효과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잘못된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 25년간 교육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강의로 전달한 지식은 머릿 속에 오래 남지 않는다고 한다. 학기를 마친 후 기억하는 정보량,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정도, 문제해결력, 추가 공부의 동기나 태도 변화를 따졌을 때 토론이 훨씬 바람직한 교수법이라는 것이다.
알려준 정보만 소화한다면, 세계를 이해하는 관점이 넓어지지도, 깊어지지도 않는다. 오직 어느 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실을 얻을 뿐이다.
교육이란 세계를 보는 안목을 기르고,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서 일반화하고 정교화하도록 다듬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교육은 곧 말로 가르치기' 라는 전제를 버리는 순간 새로운 교수법이 들어설 자리가 생긴다.
좋은 교육이란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일이며, 교사는 배움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CHAPTER 2 책이 말하게 하라
함축적인 의미를 가진 우화나 답을 찾아가는 수수께끼, 질문이 녹아있는 명작으로 가르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사는 [카라마조프 형제들]이나 호머의 [일리아드]를 학생들에게 읽어오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 말고도 문학과 철학, 역사책을 교재로 내주어도 된다. 교사는 옆으로 비켜나 책이 학생에게 깨달음을 주리라고 기대해도 된다. 좋은 작품일수록 교사가 할 말이 줄어들 것이다.
교사는 학생이 작품을 읽고 작품의 배경이나 언어에 관한 지식을 배우고, 문제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작품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좋은 책을 선정하고, 학생에게 책을 읽히고, 책을 잘 읽는 '환경을 조성'하여학생이 열린 자세로 책을 대하고 책의 의미를 찾아보게 한다.
책읽기와 연결된 '교육 활동'이 꼭 필요하며, 좋은 책은 교사의 설명이 없이도 교육적 기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한다.
CHAPTER 3 학생이 말하게 하라
세미나 수업을 통해 책을 온전히 습득할 수 있다. 교사가 책의 의미를 설명해 주지 않아도 학생들끼리 열띤 토론을 거쳐 책을 이해할 수 있다.
수업이 시작되면, 한 명을 지명하여 수업을 진행하게 한다. 그(혹은 그녀)는 질문을 받고, 칠판에 적는다. 의견은 질문이 다 취합된 후 말하도록 한다. 질문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학생들과 선생님도 모두 공책에 받아적는다. 나름의 의견도 적어넣는다. 어떤 질문부터 해결해 나갈 지도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한다.
개방적 세미나는 학생들이 특정 주제나 책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고 서로 질문하면서 자기들끼리 문제를 해결한다. 말로 가르치는 비중이 가장 적은 세미나로, 학생들이 말하게 하는 방식이다.
개방적 세미나의 목적은 학생들이 예습해 온 과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며, 결론을 미리 규정하지 않고 토론한다. 교사는 말을 많이 하는 역할을 피하며 학생들끼리 탐구하도록 각인시킨다.
지식이 다른 사람의 권위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새로운 지식은 '탐구'에서 나오는 것이다. 과학적 방법은 권위자가 전하는 사실이나 상식, 문화적 관습을 철저히 의심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이런 세미나형은 과학적 방법이다. 가설을 설정하고 경험에 비추어 검증한다. 배울 내용을 교사가 직접 설명하지 않으므로써 학생에게 순수한 탐구의 기회를 줄 수 있다.
교사는 세미나의 중심을 잡아준다. 중요한 발언을 놓치거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또한 좋은 질문을 내놓아서 지지부진한 토론 분위기에 자극을 준다. 학생이 내놓은 가설을 지지하는 근거를 찾거나, 가설을 일축할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예의를 지키며 질서 정연한 토론이 이루어지게 돕고, 토론 결과를 요약하고 다음 시간의 중요 부분을 예고해 주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도록 지나친 설명은 자제한다, 라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여러번 기회와 힌트를 준 후에 설명한다, 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수업을 해 보면, 지나치게 세세하게 설명을 들으면서 수업한 학생이나 책을 많이 읽지 않는 학생,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은 확실히 문제 해결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조금만 다른 유형의 문항이 나오면, 복잡한 구조를 만나면 손을 들어버립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교과 공부를 할 때도 먼저 세세한 설명을 듣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공부해 보는 것이지요.
우리가 언제나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강의로, 말로 하는 수업이 아예 필요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으로만 수업을 진행하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