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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Mar 05. 2022

젊음의 좋은 점

술도 마음대로 못 마시는 자의 한탄

am 6:05~7:05



젊음.


젊음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술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40대 후반, 50을 바라보는 지금 주변에서 자주 음주를 즐기던 사람들이 아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렇게되면 마트에서 술을 고를 때 잠시 멈추게 되고, 술 대신 음료수를 집어 들고 나오기도 한다. 참 슬픈 일이다. 너무 유감스럽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다이어트를 걱정하지 않고 밥을 산으로 먹어도 뼈 밖에 없었다. 술을 말로 마셔도 밤을 새도 일상생활에는  지장을 주지 않았다. 아플 거 같아, 술을 많이 먹으면 몸이 안 좋아 지니까 더 마시면 안 돼, 라는 감각은 전혀 없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얼마나 축복된 인생인가.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일이 계속 될리 없다. 시간은 우리의 몸을 변화시키고 여기저기 태클을 걸어온다. 지금만해도 어제 좀 먹은 술의 여파가 장에서 느껴진다(경미한 두통 동반).


그렇다면, 나이듦에 반대 급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잃어가는 것만 있다면 너무 억울한 일이다.


조금 지혜로워진다는 것, 덜 어리석다는 것, 그나마 포용력이 생긴다는 것. 꼰대가 되지 않도록 애쓴다는 것(사실상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뭐 이 정도가 되겠지만, 어쨌든 그 젊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 불안하고 찬란히 아름다웠던(그렇게 믿고 싶겠지만 그렇지만은 않았던) 시절로 가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도 슬프지만 예뻤던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의 젊은 날의 기억이 없다면, 내가 남편과 지금을 함께할 이유는 없을 것 같으니까(그냥 혼자 심플하게 살 것 같다).


어쨌든 몸상태를 걱정하며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아쉽고 섭섭한 일이다. 어제 그렇게 조금(맥주 한 캔과 요구르트 소주 두 잔) 마셨는데 이렇게 몸에 여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많이 아프지 않으면,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아직은 삶이 재미있고 즐겁고 때로는 다채롭다.




어제는 어머니를 얼마 전 잃은 사촌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언니는 나의 마음씀이 고맙다며 냉동 갈비탕(고급 버전)을 보내주었다. 만나자고 하시길래 언니가 안양으로 오겠다는 것을 극구 사양하고 동탄으로 가겠다고 했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잃어도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언니, 고마워요.

이 갈비탕 먹고 해장 잘하고 술은 적당히 마실게요.

안 마실순 없을 것 같아요.

인생이 너무 단순해 질 것 같아서요.


책을 많이 읽으면서는 가끔 위험하다, 라고 느끼는 순간이 와요.

'읽는 것', '받아들이는 것' 에만 삼켜지면 안되거든요.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멈추면 안되거든요.


스스로 생각할 연료를, 힘을,

많이 줄인 술에서도 얻으니까요.

그러니까 조금만 마실게요.


3월 19일, 토요일에 뵈요.

맛난 거 사주세요.

저는 마음과 즐거움을 드릴게요.



머리가 아파서 누웠다가 일어났다. 드립커피로 해장이 된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커피로 장을 달래면서 생각한다. 바나나 먹으면서 책을 볼 계획을 세운다. 아.. 어제 밤에 돌린 빨래가 널어주기를 기다리고 있구나(건조기는 아직 구매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약해지진 않았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라. 인생은 원래 기다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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