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도리진 Mar 04. 2022

남자들의 욕망 (자동차편)

너의 욕심의 끝은 도대체 어디니?

우리집 자동차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32살에 결혼하고 나서 뚜벅이 생활의 심각성을 알았다. 집이 부천이었고, 주말에는 안양에 있는 어머님께 자주 들렸는데, 고속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하고 따분했다. 그 나이 먹도록 면허가 없어서 버스를 타는 것도 좀 없어(?) 보인다고 남편은 말했다.


처음 시작이 소박했던 우리의 살림에 걸맞게, (먼저 면허를 따고) 중고 포르테를 샀다. 여자가 운전하던 차라 깨끗하고 담배 냄새도 안났다. 5만km도 안탄 차였다. 우리는 그 차를 무척 좋아했다. 아주 잠.깐.동.안.만.


남편은 다른 욕심은 없었지만 차에 대한 욕망은 좀 심한 편이어서, 포르테를 시작으로 계속 차를 바꾸기 시작했다. 포르테 다음에는 중고 소나타, 그 다음은 중고 스포티지, 중고 소렌토.. 그리고 소렌토를 마지막으로 이제 취등록비가 많이 드는 새차로 가게 된다.


새차는 K5를 사고, 조금 후에 그랜저를 샀다. 지금은 산 지 1년도 안된 차를 두고 K8과 BMW를 알아보고 다니고 있다. 반도체 대란으로 K8 하이드리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BMW는 양산 모델은 2~3개월, 옵션을 많이 넣거나 잘없는 옵션을 넣으면 10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4살위의 형)가 자동차를 계속 바꾸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따라서 다. 두 사람 모두 차를 엄청 좋아하고 쿵짝이 잘 맞아 친해진 것이니까, 그 형을 원망하지는 않는다(실은 좀 원망스럽다). 술을 안먹으니까 그 정도는 봐주자, 라고 생각하고 마음은 어느 정도 내려 놓았지만, 이 차량 쇼핑 증후군만 아니었어도 훨씬 빨리 집을 사서 시세차익을 누렸을 거라 생각하면 속이 좀 쓰리기는 하다.


끝없는 욕망의 근원은 무엇일까. 검색을 해 보면 이런 증상(?)이 우리 남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들처럼 낚시나 캠핑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술자리에도 잘 안가고(유재석님처럼 커피나 차를 마시는 모임은 있다) 안양 주변을 맴돈다. 가봐야 수원 정도? 그런 이유로 그냥 욕구의 분출 대상이 필요할 뿐일지도 모른다. 집을 계속 바꾸며 이사할 수는 없으니까. 하차감(다른 사람의 시선)도 중요한 것 같고, 차량 내부도 중요시하는 것을 보면 제 2의 집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모양이다. 차 사고 유지하려고 회사 다닌다는 우스개 소리를 가끔 하는데 이것이 100% 빈말은 아닌 듯 하다.




와이프는 끝없이 책을 사들이고, 남편은 계속 차를 바꾼다. 한 명이라도 저렴한 것(책)을 좋아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키울 아이가 없으니 차라도 키우려는 것 같아 짠하기도 해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다시 말하지만 가끔 크게 들어가는 술값을 대신한다고 생각하면 좀 마음이 편하다.


어쨌든 이런 카 쇼핑속에서 알게된 몇 가지 정보를 말씀 드리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

1. 중고차는 절대 렌트 이력이 있는 것은 사지 마세요. 팔 때 차 값 후려치기 심하게 당합니다.

2. 자동 세차(기계 세차)를 많이 하실 분들은 하얀 색을 사시고 검정색은 꼭 피하세요. 겉에 자국 엄청 남습니다.

3. 하얀 색이 차 가격을 100만원은 더 받을 수 있습니다(지금도 그런지는..).

4. 요즈음은 하이드리브가 대세입니다. 일본은 차량의 반이 하이드리브라고 하던데, 우리나라도 따라가려나 봅니다. 차량 가격은 비싸지만 연비가 워낙 좋고 세금이나 주차장 할인 등 혜택이 많습니다.

5. 중고차 사실 때는 성능 분석 등 꼭 잘하고 사셔야 합니다. 현금 주고 고치면 보험 이력 등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저희도 한 번 당했거든요(큰 사고 나서 뼈대가 아작난 차를 속아서 샀던 적이 있고 취등록비 등, 몇 백만원 손해를 보았습니다).


몇 년 전까지의 중고차 시장과 요즈음의 차 시장, 그간의 차량 쇼핑에서 느낀 점은 뭐 이 정도다. 남자들의 차 욕망과 여자들의 백과 구두에 대한 욕망의 본질은 같겠지. 물건으로 인정받고 자신을 나타내려는 것.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는 모두 너무 다르고, 거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존중해 주고 싶다.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의 욕심도 인정해주려한다. 다만 내 아이패드 욕심과 도서 구입에도 터치하지 말아주세요. 돈 터치 미.







매거진의 이전글 재즈 문외한이 재즈를 듣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