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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Nov 11. 2021

남편의 (잠깐의)자가격리가 행복하다면

유대는 그렇게 즐거운 것이다


남편이, 회사 동료가 코로나 확진자가 되면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시간은 쏜달같이 흘러(그에게는 아니었겠지만), 격리 해제를 앞두고 어제 다시 PCR검사를 받았고, 오늘 아침 7시에 음성 판정 문자가 왔다. 그는 오늘 낮 12시에 자유의 몸이 되고, 내일부터 출근이다.



그는 어제 저녁 식사 후 실실 웃으며 나에게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말했다.

"내일 저녁에는 나를 찾지 마라! 쿠하하!"

친구들 만나러 가는 게 그렇게 좋니?

하긴, 엄청 답답했을 것이다. 잘 버텼다고 머리를 쓰다듬고 엉덩이를 두드려 주었다.





우리(남편과 나)는 요즘 좀 소원했었다. 시간대가 안 맞아 밥도 같이 잘 못 먹고, 내가 새벽기상을 그만두면서(수면부족의 부작용에 졌다) 아침에도 얼굴을 잘 못 보고 밤에는 신랑이 잠들어 버렸다. 전형적인 올빼미족인 나는 건강한 수면(?)을 찾고 그와의 아침 시간을 잃었다.



그런 그가 자가격리를 해서 열흘 정도 하루 종일 집에 있다보니 초저녁에 잠들지도 않았고 아침에도 나와 비슷하게 일어났다. 지친 몸을 끌고(?) 집에 오면 심지어 밥도 가끔 차려 주었다. 하루종일 심심했던 그는 나에게 엄청 의지하며 이야기도 많이 했다. 원래 그런 편이었는데, 근래들어 말수가 현격히 줄었던 것 같다.



아프거나 힘들 때, 부부는 서로의 존재를 더 강하게 느낀다. 나 또한 그의 실존에 더 감사해하며 살아야겠다고 반성했다. 솔직히 격리 초반에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요즘의 대면대면한 우리 사이가 그의 탓이라 생각했지만, 따지고 보면 늘 바쁘고 머릿속이 무언가로 가득 차 있는 것은 내 쪽이었다. 그는,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내일 부터는 다시 새벽 기상을 해보려한다. 유대를 위해 다시 생활 패턴을 조절하고, 밥도 더 잘 준비해줘야지. 늦어서 그가 혼자 먹을 때의 대비도 포함이다.



루틴인 일요일 오전의 데이트(내지는 동행)에도 좀 더 성의를 보여야겠다. 더이상 삐지지 않도록. 사랑과 유대에는 역시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소통의 중요성을 져리게 느끼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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