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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Jan 30. 2022

오랜만에, 다시 하루키

안자이 미즈마루와 델로니어스 몽크와 함께

시작은 그림이었다.

계속, 없는 솜씨지만 그림(책에 넣을 삽화)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져만 갔다.


클래스 101의 강의를 구입했지만, 아이패드 준비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집을 구입하고, 이사를 가고, 이직을 준비하고(결국은 이직 마지막 단계에서 주저앉았음/ 가까운 것의 소중함을 구직하러 다니면서 강하게 느낌), 여러가지 책과 공부를 끄적댔다.


그러던 와중에 안자이 미즈마루(무라카미 하루키와 30년 가까이 작업했던 삽화가)님의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손에 넣었다. 그 책을 읽던 와중에 하루키님의 서문에서 오랜만에 발견한 델로니어스 몽크(재즈 피아니스트, 작곡가)의 흔적에 열광하며, 그의 음악을 스피커로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사실 꽤 오랫동안, 하루키를 외면해 왔다. 가장 힘든 시기에, 이를 악물고 심장을 잡아가며 견뎌왔던 시기에 함께 했던 전우와도 같았던 하루키를. 배은망덕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실의 기반을 다지려면 하루키를 바라보면서 말랑말랑한 감정을 유지하면 안되었다. 나는 강해져야만 했다. 95퍼센트의 실용서 위주의 독서를 하면서 나머지 5퍼센트의 목록에 가끔 하루키를 추가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작년 말부터 하루키가 다시 나에게 다가왔고, 이제는(2022년 1월 말, 코로나19와 백신 세례로 어지러운 이때) 다시 하루키를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좋아하는 일을 할 마음이.


몽크는 말했다고 한다. 네가 연주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대중이 원하는 연주 따위를 하지 말고 말이다. 그리고 나서 너의 연주를 20년, 30년이 걸리더라도 세상에 이해시키면 된다고.


지금의 나에게는 이 말이 가장 필요한 것 같다. 용기를 주는 언어가.


가시밭길인 것을 알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간다면 무척 재미있고 집중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남들이 어리석다 말했던 선택이 가장 좋은 선택일 수도 있음을, 증명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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