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붙잡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시절, 이 드라마를 보며 그렇게도울었었다.
멀쩡한 사지 육신을 갖고 있던 나는, 17살 때 휠체어를 타게 된 도서관 사서인 여주인공 교쿄의 심정에 심히 공감했다. 남들에게는 당연하고 쉬운 일이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헤어 디자이너 오키시마 슈우지(기무라 타쿠야 분)를 안고 병원 앞에서 눈물을 터뜨릴 때, 정말 같이 펑펑 울었더랬다.
이 드라마를 혹시 아직 안 보신 분이 계실까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두 사람이 서로를 지탱해주며 생의 의미를 북돋우며, 결국은 사랑이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하는 드라마였음을 말씀드리고 싶다.
뜬금없이 일드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며칠 전 동트는 새벽을 육교 위에서 맞이한 까닭이다.
이 드라마에서 멋짐을 담당하고 있는 슈우지역의 기무라 타쿠야군.헤어 디자인 경연이 있어 고민하다 미용실에서 잠이 들고, 새벽에 방문한 그를 짝사랑하는 동료 직원을 피해 밖으로 나오게 된다. 육교 위에서 커피를 손에 들고 아주 큰 하품을 고릴라처럼 하는데, 마침 빨간 차를 타고 지나가던 교코가 그를 발견하고 웃는 장면이 생각났다. 교코는 그녀의 빨간 차를 '세컨드 마이 카'라고 불렀다(퍼스트 카는 휠체어라는 의미다). 그녀를 평범하게 만들어 주어 좋다던 레드카와 타쿠야군의 엄청난 하품이 기억난 것이다.
인생에 있어 본인도 기적처럼 이런 어마어마한(?) 사랑을 만나, 다행히 목숨과 제정신을 부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 드라마는, 아무리 울어대더라도결국에는 행복이우리에게 다가와줄 것이라고 믿고 싶게 만든다.그리고 그런 믿음은 포기를 허락하지 않기에 결국은 우리를 긍정적 세계로 이끌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