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일을 해 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나라면 당연하게 해 주었을 배려인데, 그것을 해주지 않고, 그것으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 나 몰라라 하고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나는 너무 화가 났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절대 내 마음을 모를 것이다.
그 사람의 인간관계는 너무나 무미건조하며, 주변의 상황도 잘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뭐라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인생이니까.
그래서 나는 커피를 마시기로 한 기존의 계획을 지우고, 요구르트에 소주(이슬이)를 타 먹기로 했다. 그보다 먼저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Zoom공부를 집어치우고(?), 하루키를 들었다.
당연히 예전에 읽었던 에세이지만, 에세이 걸작선으로 다시 예쁘고 다소곳한 모습으로 나왔길래 주문했고, 실용서적 보느라 못 보다가 오늘의 화남을 핑계로 나는 하루키를 집어 들었다.
속으로는 에이, 옛날만큼 그럴까?(그렇게 좋을까)라는 느낌으로 시작했지만, 역시나였다. 하루키의 초기작(?)들은 소설이건 에세이건 모두 너무나 좋았다. 꾸밈없고 소탈하고 그러면서도 폐부를 찌른다. 그리고 너무나 재미있다. 이것은 굉장히 감각적이고도 예술적이다.
에세이를 들고, 소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나는 너무 기뻐한다. 아아.. 나는 이런 사람을(작가로서) 좋아했었구나, 라고. 그를 선택한 나 자신을 쓰담쓰담해주고 싶어 진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그래, 나는 틀리지 않았구나, 라고. 소중한 감각을 다시 찾고 기쁘게 내일을 맞이할 심적 체력을 얻는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사랑과 연대와 유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