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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May 08. 2023

<우주를 듣는 소년> 리뷰

떠다니는 의미들에 형태를 부여하여 공백을 채우는 책

요즈음 문학을 거의 읽지 않게 되어 버린 것은 그 효용성에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문학 작품을 읽으므로써 왠지 삶과 나의 현실에서 도망치거나 스스로의 상처를 핥는 것에 불과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어렴풋이 느끼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요 몇 년 동안 지독히도 실용서 위주의 독서를 하고 있었지만,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리뷰 제안) 손에 들게 된 이 책은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자본주의에 매몰되거나 문화나 미디어가 만드는 가치에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따라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평소에도 경계하고 있기는 하다).


책의 효용 중에 하나는 어렴풋이 떠다니는 의미들을 선명하고 명징한 언어로 바꾸어  집어주는 일일 것이다. 그런 역할을 이 <우주를 듣는 소년>은 똑똑히 해 내고 있다.


이 소설에는 아버지의 부재, 가난, 상처, 스스로를 감당 못하는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그리고 생각이 깊어 힘들어하는 청소년, 물질주의에 매몰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결론은 스스로 결단하여 일어서는 것과 더불어, 서로를 도와야 한다는 나의 마음과 같은 방향으로 끝난다.




스포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며 리뷰를 쓰고 있다.

주인공 소년 베니의 아버지의 사고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우리에게 몇 가지 화두를 던진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물건을 소비하는가, 과연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있나, 정리의 중요성, 선불교에 대한 생각, 삶과 인생의 허무함을 견디는 방법, 우리는 우주의 소리를 곧게 듣고 있는가, 어떻게 자신을 가련하게(불쌍하게) 여기지 않고 또박또박 미래를 향해 걸어갈 것인가,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자연스럽게(그분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이나 시스템은 무엇일까.


세상의 소리를 을 수 있는 사람은 시인과 현자, 예술가들이라 했다. 잘 들리지 않더라도 귀 기울이며, 질문을 가질 수 있고 할 수 있는 인간,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진짜가 무엇인지 계속 질문하고, 무상함과 인간의 본성을 추구하며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세상이나 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다짐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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