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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May 27. 2023

<아버지의 해방일지> 완독 리뷰

엄마, 죄송하고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오만한 딸을 용서해 주세요

엄마, 죄송하고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오만한 딸을 용서해 주세요.

'긍게 사램이제'.

저도 엄마도 서로를 용서하기로 해요.


이게 나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대한 독서평의 전부다.


아프고 아픈 빨치산 딸의 이야기, 그리고 힘든 삶이었지만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살아갔던, 그 덕에 많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도우며 살아냈던(자신이 선택한 이념때문에 가족들에게 상처도 많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처절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 엄마에 대해 생각해봤다.


우리 엄마는 왜 오빠와 나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졌을까. 그리고 우리가 비아냥거렸을 때 왜 내가 너희를 버리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하라고 당당히 말하지 않았을까.


엄마는 미안해 하면서 그런 마음을 내색하지 않은 걸까, 아니면 정말 미안해 하지 않은 걸까.

우리를 방패로 삶을 살아오신 걸까, 아니면 정말 우리를 버릴 수가 없어서 끝까지 책임을 지신 걸까.


아직도 미스테리하다.

하지만 물론 살면서 들었던 말에서 힌트는 찾을 수 있다.

엄마는 어쩌다 말하곤 했다.

"자식을 어떻게 버려(다른 사람 이야기를 할 때)."


아마 그것이 정답일 것이다.

많은 부조리를 안고 살아온 우리 엄마(2017년에 돌아가셨다)는 많은 이상한 룰을 가진 분이었지만, 그것 하나만은 가슴에 품고 살았다. 자식을 절대 버려서는 안된다는 것.


그 덕분에 나는, 질질 짜면서도 끝까지 집에 붙어 있었고 대학을 갔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고 있다.


정지아 님도 얼마나 괴로웠을까. 아리(고아리)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 짐도 아닌 두 짐을 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남들이 다 당연히 혹은 아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을 갖지 못한 채, 혹은 아주아주 어렵게 갖고 살아가는 일이 힘겨운 것처럼.


하지만, 인생에는 반대 급부가 있다. 힘든 만큼 그것을 이겨내면 사람은 지혜로워지고 자애로와진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리는 아버지의 상을 치르며 진짜 아버지와 만나고 울고 성숙해졌다. 아버지가 살아오신 삶을 깨달으며, 그 사랑을, 사람다움을 느끼며 마음으로 아버지를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화해는 그렇게 이루어진다.


물론, 돌아가신 후의 화해라는 것이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돌아가신 후에라도 화해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러했듯이.



지극히 주관적 리뷰가 되어 버렸다.

한국 근대사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이 지극히 개인적인 소설은 그래서 재미있다. 또한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운다.


서로를 보듬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라는 것이 이 책을 읽은 나의 작지만 소중한 결론이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늘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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