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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Feb 17. 2021

금주의 다른 이름

새벽기상의 선순환

새벽기상을 하려는 목적에 금주는 없었다.

그런데, 엄청난 애주가인 나는 본의 아니게(?) 금주를 하고 있다.

게.다.가. 힘들지가 않다.

애써서 참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안 마시게 된다.


새벽기상(4시 반-늦어지면 5시나 5시 반)을 하려면 일찍 자야 해서 기본 밤 10시나 11시에는 자기 때문에, 평소처럼 퇴근 후(퇴근하면 9시가 된다) 저녁식사와 음주를 할 수가 없다. 속이 너무 더부룩해져서 부대끼는 것이다. 그리고 왠지 죄책감이 든다. 이런 무책임한 녀석아, 새벽기상할 거면서 지금 먹냐?, 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심지어 어제 같은 경우,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은 건너뛰고 수업하면서 간식을 먹었다. 집에 와서 밥 차려주는 신랑(아주 가끔)의 성의를 봐서 밥만 조금 먹었으나, 술은 마시지 않았다. 온앤오프 시즌2 방송을 하는데, 내가 술을 먹지 않다니, 불가사의했다.


새벽기상과 세트로 플래너도 쓰고 있다. 이 플래너의 힘은 강력해서(다른 때는 플래너를 삼일 이상 써본일이 없는데, 이것이 바꾼 플래너 덕인지, 새벽기상의 여파인지도 헷갈린다) 출퇴근 토탈 3시간 동안에도 놀지 않고 꾸준히 책을 읽거나 업무를 하고 있다. 플래너에 쓰인 로 공부하고 여러 전략을 실행하려면 술을 마실 여유 따위는 없다.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자꾸 반복해서 죄송스럽지만, 정말 이렇게 안 힘들게 금주를 한다는 것이 너무 놀랍다. 참는 게 아니라 그냥 안 마시는 거다. 커피도 있는데 뭐, 라면서. 헉.


40대 후반이 되면서 이제 체력이 예전같지 않다. 예전 같으면 누가 술을 끊었다고 하면, 그 좋은 걸 왜?, 라고 말했을 나(我)이지만, 체력과 피부와 시력과 위장을 생각하면.. 금주가 답이다. 물론 술자리에 끼게 된다면 조금은 마셔도 될 것이다. 하지만 혼술은 너무 위험하다. 점점 더 의존하게 되기에.


몇 주전 일주일 내내 택시를 타고 출근한 적이 있다.

한창 술(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와 신랑이 술을 못 먹는 관계로 혼술)도 좀 마셨고, 공부 한답시고 늘 새벽 3시에 잔 여파였다.

아.. 이렇게 살아선 안된다, 라는 생각이 머리를 칠 즈음 김유진 변호사의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를 읽고 좀 부끄러웠고, 또 한 명의 나를 자극하는 인물이 생겨 새벽 기상과 플래너 쓰기와 금주가 시작된 것 같다. 금주는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아껴진 술값으로 플래너도 질렀다. 김유진 변호사 책 뒤편의 플래너 샘플이 너무 좋았던 탓이다. 내 탓이 아니다.^^


하루하루가 알차고, 티브이와 술에 의존하지 않는 계획된 하루는 더 재밌어졌다. 오전 과일식(아침 사과)과 피곤할 때의 홍삼 한 포로 체력이 넘치고, 출퇴근 지하철에서의 독서로 뇌를 채운다.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당분간 해보고 싶고 다른 분들께도 권장하고 싶다. 다음 사업 아이템이나 나아갈 바도 잘 보이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조금은 독해질 필요가 있다. 다른 성실한 분들에 비하면 세발의 피, 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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