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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May 19. 2021

'하늘 높이(전람회)'를 아시나요?

이 노래는 소위, 나를 구원하였다


하늘 높이 (전람회)



난 힘들 때면 너의 생각을 하지

길을 걷고 커피를 마시고  

또 같은 삶 속에서

난 어느 새 지쳐버렸는지  


다시 만날 순 없어도 

알 수 없는 힘이 되어준

너의 기억이  항상 내 곁에서 

따뜻한 위로가 되지  


떠나가던 그 저녁에 

나는 몹시 날고 싶었지

별이 맑은 하늘을 향해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는 

그런 밤의 하늘 속으로  

하늘로 멀리 솟구쳐 날아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김동률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전람회]의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떠오르는 2가지의 장면이 있다.


첫 번째는, 겨울에 아파트(이름만 아파트고 빌라같은) 주변을 빙빙 돌면서 건물 뒤편의 들판을 보면서 신랑과 전화 통화를 하던 나.

그 해도 겨울은 무척 추웠고, 내 마음은 지옥이었다.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숨을 쉬고, 이를 악물고 견디며 조금만 더 돌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하루하루가 눈물로 얼룩졌던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끝나지 않았던 나의 정신적 고난은, 그때도 계속되고 있었으니까.


두 번째 장면, 나는 침대에서 물리적으로 정말 이를 악물고 '그것'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견디고 있다. 숨이 쉬어지지 않거나 신경이 끊어질 것 같거나 둘다 함께 오거나. 그리고 그 격렬함이 지나가서 조용히 우울한 상태가 되면, 이 노래나 'Fly me to the moon' 을 들었다.



'다시 만날 순 없어도 알 수 없는 힘이 되어준' 이라는 구절. 나를 스쳐간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아프다. 나도 그들도 너무나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끼리끼리 모인다고 내 주변에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뿐이었다. 그들은 모두 너무 힘들다고 마음으로 울부짓고 있었는데,  그 당시 나에게는 내 아픔만 보였고, 내가 가장 힘든 사람 같았다. 결국 나는 그들을 대부분 놓아버렸다. 한없이 비겁하게.


내가 놓지 못한 한사람. 그는 끝까지 내 곁에 남았다. 아무리 밀어내도 나를 기다려준 사람. 그도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고 아직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무척 아름다운 이야기인 것 같지만, 물론 꼭 그렇지만은 않다. 치정극과 같은 지리멸렬함이 나의 삶에는 자리잡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견뎌내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지지않았다는 대견함이다. 그러니 혹시 지금 삶이 너무나 암담한 분이 계시다면, 더럽고 치사해도 조금만 버텨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드라마에 나오는 부정적 삶의 단편들을 이것저것 짜집기해서 지니고 있었던 누군가도, 이렇게 웃으며 살아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내가 너무나 밝은 아이(?), 아니 사람인 줄 알고 있다. 그냥 싹싹하고 착한 사람인 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는 복잡한 사람이다. 누구나 그런 것처럼.


그냥 모든 것을 놓아버리거나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알량한 자존심과 책임감 때문에.


물론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잘 견뎌낸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까지는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너무 힘드니까.


예전 노래를 들으면 솔직히 욕지기가 나올 때가 있다. 전람회나 박효신을 좋아하지만, 다시 듣는 것이 조금은 두렵다. 그 때의 공기가 다시 나를 감싸기 때문이다. 그럴 만큼 그때의 삶은 많이 버거웠다. 그 시절을, 나의 무의식은 어느 하나 잊지 않았다.


사실 이 글은 '하늘 높이'라는 노래를 내가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쓰고자 하는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결국은 이렇게 흘러가 버렸다. 노래에게도 나에게도 미안한 일을 해 버렸지만, 뭐 하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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