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도리진 Jun 03. 2021

생의 허무를 이겨내고 살아남기

먼지가 되기 전에 해야 할 일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를 듣고 있었다. 다음 노래는 '이등병의 편지'가 나온다.


갑자기 든 생각, '아, 헛되고 헛되고 헛되다.'


우리 모두는 생의 허무와 매일 마주한다. 그리고 그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다.


영어샘은 말했다.

"아이들은 너무 예쁜데, 제 아이가 아니잖아요. 너무 허무해요."

"난 남편 있는데도 허무한데 ㅜㅜ"

"그러게요. 저도 남편이라도 있으면 덜 할 것 같아요. 블라블라~"


그 이후에도 이야기는 이어졌지만 결론은 자기 아이(2세)가 없으니 더 허무하다, 는 이었다.



나와 똑같이 결혼하고 아이 없이 오래지낸 69년생 언니가 있다. 언니의 생각은 대체로 나와 비슷하다.


생에는 각각의 단계가 있다는 것.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고 다시 둘이 되어 살다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거라는 것. 평범한 것이 가장 어렵다, 고 했다.


조카(지금  초2이며 언니가 동생인 친엄마보다 더 많이 케어해 왔음)가 집에 있을 때가 집안이 훨씬 더 활기가 있다, 며 안타까워하곤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생을 되돌릴 수도 없고 우리 때는 난자 냉동이라든가 그런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아이가 없는 우리나 남편이 없는 영샘이나 생의 허무함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한 그 반대 그 급부로 얻어가는 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라고 믿고 싶다).


아마 아이가 있어도 비슷할 것이다. 정도는 덜하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삶의 무게와 마주 대하며 살아가지. 그래도, 그런 마음이나 상태속에서도 내가, 우리가 전할 수 있는 가치를 세상에 만들어내고 전하며 살고 싶다.


허무함에 삼켜져 비겁해지는 일만은 피하고 싶다.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많은 일들이 세상에는 널리고 널렸다. 손 놓고 있지 말고 끊임없이 움직이자, 말해 본다. 그러다보면 어딘가에는 닿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늘 높이(전람회)'를 아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