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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Nov 23. 2020

'멋'이라는 것이 뿜뿜한다

타인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기준


우리 새언니(오빠의 부인)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 연예인은 모두 좋아한다. 현빈, 정우성, 원빈 등등.. 안 좋은 사람은 도대체 누구냐고 따져 묻고 싶어질 만큼. 그들의 이름을 모두 대지 못하는 것은 이 대화를 나눈 지가 너무 오래된 탓이라고 해 두자.


이건 사담이지만-하긴, 지금 나의 이야기는 모두 사담(私談)이다- 나도 잘생긴 남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잘생겼다고 모두 오케이인 것은 아니다. 왜냐고? 눈이 슬퍼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만의 확실한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얼굴보다는 흡인력이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남녀를 불문하고-을 헤아려보면 확실히 흡인력에 목숨 거는 타입이다. 거기에는 계산, 따위는 낄 여지가 없어서 나의 결혼도 그러하였다.


우리 과대는 3학년 때부터 공표했었다. 나는 중앙대 이하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고 '사'자 들어간 남자가 아니면 결혼을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 말 그대로 아버님과 본인이 모두 회계사인 지방 남자와 결혼해서 잘 먹고살고 있다.




원래는 이상형의 기준에 얼굴이 하얗지 않은 남자, 라는 말도 안 되는 기준까지 있었는데, 그건 이제 깨진 것 같다. 지적인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나는 기안84님을 좋아한다. 결국은 감성적인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다. 기안84님이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에서 하는 리액션을 보고 있노라면, 아.. 나는 이 남자를 좋아할 수밖에 없군!, 이라는 느낌이 든다. (남자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팬으로서다. 나는 배우 김고은님과 가수 아이유님, 배우 박서준님도 좋아한다.)


우리 신랑에 대해 말하자면, 외모는 나쁘지 않다. 사실 훌륭한 편이다. 키도 183이고 모델 몸매에 얼굴도 잘생겼다. 저런 사람이 왜 나를 좋아하는 거지?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는 것이다. 그도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다. 나처럼 가슴속에 불을 품고 있었다는 하나의 이유와, 좀 똑똑한 여자를 만나고 싶었다, 라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주변에는 책, 을 읽는 여자가 전무했다. 내가 잘난 게 아니라 그가 인복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말수가 없지만 왠지 깊었던 우리 신랑을 정말로 좋아했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 그 추운 겨울날에도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뱅뱅 돌던 그때,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만으로 나는 구원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눈이 너무 슬프고 컸으며 목소리가 중저음이었다. 말수가 적었고 불쌍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붙잡았다. 나는 그를 놓을 재간이 없었다.


멋이라는 것이 뿜뿜했던 그 남자는 지금은 아무데서나 방귀를 뿡뿡 뀌어대는 아저씨가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남자를 마음속에 품고 있으니, 그 간의 고생-이것 또한 꽤나 긴 이야기다-이 꼭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멋, 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우리의 직간접적인 경험치는 너무 다르고, 그에 따라 뇌의 반응도 달라져왔기 때문이다. 뇌과학과 심리학이 오늘날 그렇게도 각광을 받는 것은, 사업자들이 모두 조금씩 다른 우리의 뇌를 스캔하고 싶어 하는 까닭이다.


아무리 스캔해봐야,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걸, 뭐.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내가 우리 신랑과 눈이 슬픈 흡인력 강한 사람과 감성적인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개취(개인의 취향)로서 나는 그런 나의 성향을 좋아한다는 것.


아, 또 있다.

겸손하고 성실하며 책임감 강한 사람을 좋아한다. 배우 박서준님 짱!

이글에 연예인분들의 성함이 너무 많이 나와 죄송스럽지만, 모두가 공감하며 납득할 수 있는 '멋'의 예를 들자니 어쩔 수가 없었다.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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