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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May 14. 2021

그분이 오셨다

다행히 금방 가셨다(가실 것이다)

나는 아주 긴 조울증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조울증의 정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감정의 장애를 주요 증상으로 하는 내인성 정신병, 이라고 나와 있다.


일반적으로 조울증이라고 알려져 있는 마음의 병을 일컬어 정신과에서는 양극성장애라는 병명을 사용합니다. 양극성장애는 기분, 에너지, 생각과 행동에 극단적인 변화가 특징으로 치료가 가능한 병입니다. 남자는 주로 조증의 형태로, 여자는 주로 우울증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는 네이버 검색)


나의 경우에는 조조조조조울증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체적인 진단을 했을 (?) 지금은 거의 치료된 상태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약한 조울증이었던 것 같은데, 그 원인은 아마도 어머니께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었다. 남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왜 나에게는 이렇게 어려울까, 하고. 하지만 뭐 그런 사람이 나만은 아니니까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했다. 아니 견디고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대학은 가고 싶었으니까.


오빠의 영향으로 책을 좋아했던 나는 무리없이(재수하면 대학 못 가는 상황이었음) 입학을 했고, 대학  심리학 서적(전공서적과 일반 심리학 서적) 일본소설, 김용의 무협지, 대하장편소설, 그리고 성공자들의 에세이(그 당시에는 이런 책들이 출판계의 대세였지요)를 쌓아놓고 읽으면서 세상의 부조리를 따져보고 자가치료를 해보겠다 외쳤었다. 전공서적 한장 안보면서 토익 공부만 하던 아이들을 비난하면서. 아이고, 철없어라.


하지만 거의 매일 반복되던 가위눌림은 책이 아니라 결혼이 없애주었다. 물리적 환경(사람)을 바꾸어야 한다. (사실 신랑과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님)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지금보다 엄마에 대한 원망이 더욱 많았다(조울증은 거의 없지만 지금도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다/인간의 삶이니까). 하지만 그동안 글을 쓰면서 엄마에 대한 마음을 풀어내고 또한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내 삶을 바라보는 동안 나는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당연(?)한 일이지만 자존감이 한없이 낮았던 나는 다른 사람들을 많이 깎아 내렸었다(죄송합니다). 이제 그러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그리고 다른 분들께, 주변의 분들께 한없이 감사 드리는 마음이 많아졌다.


며칠 전 폐업하는 그릇 가게(락앤락 지점)에서 오래된 책 두  5,000원 씩에 구입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들, 시집과 강릉 여행기였다. 다음 주에는  여행기를 보면서 강릉에 가고 기찻길에서 시집을 다 읽을 생각이다. 


갑자기 오랜만에 다가온 그분(우울감)을 시집(詩集)에 묻어버리고, 많이 걷다 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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