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그녀를 보게 된다면

by 별빛수

한동대 학생과 라이프 코칭 시간을 가졌다. 처음 마주한 그녀는 “코칭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코치는 질문을 통해 당신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사람입니다. 코칭 대화는 ‘답을 주는 대화’가 아니라 ‘답을 발견하게 하는 대화’예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그녀가 꺼낸 고민은 이러했다. “나도 생각이 있는 사람인데요, 상대방의 의견에 자꾸만 끌려가요. 그러고 나면 속상해져요. 저는 그 균형을 잡고 싶어요.”

간단한 말이지만, 그 안엔 자기 존재를 지키고 싶은 소망이 조용히 숨어 있었다. 질문과 응답이 오갔다. 말을 꺼내고, 마음을 건네며 그녀는 자기 안을 천천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 정리해낸 네 가지 해결책 중 ‘나의 입장을 말해보기’라는 가장 작은 실천을 선택했다.


그녀는 이 첫 시도를 가장 가까운 사람, ‘어머니’에게 적용해보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의 말씀을 먼저 다 듣고요, 충분히 존중한다는 마음을 표현한 뒤에 이번에는 제 생각을 말씀드릴게요.”


말하는 그녀의 눈빛에 스스로를 존중하려는 작은 빛이 스며 있었다. “혹시 깨달은 게 있다면 뭐예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잠시 웃다가 외마디 같은, 외마디 아닌 말을 꺼냈다. “이렇게 쉬운 답이었는데…그동안은 왜 그렇게 고민했을까요?”


그리고는 혼잣말처럼, “그것도 제가 제 스스로 답을 찾아냈다는 게 신기해요.” 연달아 내뱉는 말 속엔 어느새 스스로에 대한 놀라움과 작지만 단단한 신뢰가 깃들고 있었다. 그러더니 마침내, “오늘, 참 재미있었어요.” 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에게 칭찬 한 마디 해보자”고 하자 그녀는 말했다. “나는 잘할 수 있어요.” 그 말이 어찌나 또렷하고 기특하던지,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리얼 코칭의 흐름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점이 코치로서 나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동안의 수많은 코칭 연습과 시도들이 내 안의 코칭 언어를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단련시켜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순수함이 유난히 빛나던 그녀는 책을 좋아하고, 음악을 사랑하며, 언젠가는 이웃을 돌보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처음으로 만난 대학생 고객, 박OO 양이다. 나는 그 이름을 조심스럽게 ‘마음 앨범’ 한쪽에 기록해 두었다.


언젠가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마주하게 된다면 나는 아마도 소리칠 것이다. “아, 맞다! 그 학생!”
그리고 혼자 펄쩍펄쩍 뛰며 기뻐할지도 모른다. 그럴 만한 사람이다. 그럴 만한 만남이었다. 짧고 조용한 인연이었지만, 그녀의 이름은 어느새 내 메모지 한 켠을 차지했으니, 내 인생의 그림에 포함된 것이다.


이 모든 희망이, 대가 없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문득 웃음을 짓게 한다. 그래서일까. 오늘 따라, 마음이 자꾸만 붕붕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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