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인 희망

by 별빛수

행복하지 않을 때 비로소 '행복'을 꿈꾸게 된다. 희망도 그렇다. 절망적일 때 생각나는 말이다. 내게 있어 '희망'은 생존이다. 현 세월이 심상치 않아서인지 유독 '희망'을 뒤적여보게 된다.


명퇴를 수도 없이 고민하다가 밀고 나갔다. 하지만 수명이 연장된다는 점과 자녀들은 부모보다 가난하게 살게 될 것이라는 말, 인구 감소로 인한 일할 사람의 부족, 연금 개혁 등등의 이슈들이 두드러져 나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밥벌이를 멈추었으니 연금으로 살 수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 둘 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퇴 후에는 글을 쓰며 세상을 향한 따스한 시선을 유지하고 싶다. 글을 쓰며 깊이 있는 생각으로 들어가 보기도 하고 인생을 진하게 돌아보고 싶다. 은퇴전 겪은 인생의 이야기들만 잘 엮어도 쓸 말이 충분할 것 같다.


코치도 되고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좋고 나쁨에 따라 행과 불행으로 나뉘는 것을 보며, 상담 공부를 시작했었다. 상담은 과거의 해결되지 못한 상처를 어루만지는 지혜를 알려주었다면, 코칭은 미래를 개척할 힘을 준다는 걸 느꼈다. 상담과 코치를 콜라보하면 좋은 코치로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초등학생과 교사 대상에서 일반인을 대상 강사도 되고 싶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잘 전달하는 전문강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전달을 넘어서는 인류 보편의 공통사에 대해 그 무엇인가를 공유, 공감하며 공동체에 스며 살고 싶다.


마지막으로, 프로슈머도 되고 싶다. 미래는 1인 기업가 세상이라고 하니, 소비자로만 살 것이 아니라 생산자도 되고 싶다. 손으로 작업을 할 때는 온갖 시름이 다 잊히곤 하니 일석이조다. 손작업해서 무언가가 만들어져 갈 때 초집중하는 즐거움이 있던데, 구체적으로 무얼 하고픈지 내게 물어보려 한다.


지구는 병이 들었다 하고, 기후 위기는 심각하며, 전쟁이 끝나지 않고, 인구 절벽에 식량난, 자원난, 해일, 화재, 사고, 폭력과 범죄 등등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는 지구촌의 문제들은 사그라들 기세가 전혀 아니다. 며칠 전에 들었던 '슈퍼태풍이 가장 무섭다'는 말도 잊힐 것 같지 않다. 우주 지옥이 있다면 지구쪽으로 성큼성큼 번지는 느낌이다.


실시간으로 각종 두려운 소식들은 전해지고, 많은 일자리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등 절망의 덩어리가 자꾸만 눈덩이처럼 커진다. AI가 일당백을 해버리면 그 녀석이 생산해 낸 제품은 누가 살까? 일자리가 있어야 일을 해서 그 돈으로 소비를 할 텐데, 물건만 많아지고 재고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여서 더 이상 둘 곳이 없을 때, 그것도 너무 늦게서야 다시 사람에게 손을 내밀까? 아무튼 사람을 배제하면 잘 될 것 같은 건, 환상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생산도 소비도 그 주체는 모두 인간이 꿰차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이런 오늘날,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아닐까? 나 자신부터 인간중심의 세상에 대한 희망을 꿈꾸지 않으면, 나와 내 주변의 어둠을 밝힐 도구가 없지 싶다. 소극적이나마 사람들이 주인 되어 움직이는 세상을 위해, AI의 편리성이 결코 좋은 꿈은 아니라는 경고를 참고하여 살겠다. 행복한 삶이란 풍요가 아니라 최소한의 것만으로도 살 수 있는 상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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