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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 깃든 좌절

by 별빛수

대구에서 열린 경상권 수업활동가 훈련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내 수업동영상을 미리 보고 오신 김 선생님이 헤어질 때 편지 한 장을 손에 들려주었었다. 나의 수업 나눔에서 안내자 역할을 하기 위해 80분의 긴 동영상을 미리 다 봤다고 했다.


하지만, 첫 번째로 해보는 안내자 역할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을 내보이셨다. 그리고, 훈련과정마저 참여까지 좌절하셨다. '나는 수업 나눔의 리더 정말 못하겠다.'며.


내가 예전에 가졌던 감정과 유사하여 삶이 아이러니했다. 그땐 낯설어서 참 어색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적절한 직면의 질문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수업자가 성찰하도록 해야겠는데 입에서 말이 생성되질 않아 느꼈던 불안감까지.


결국 훈련 마스터 선생님이 중간에 시범으로 들어왔고 그 상황에서 말수가 더 줄어들어버리던 선생님.


내 초보운전 시절 기억이 떠오른다. 주차해 놓고, 느닷없이 가속기를 밟아 벽을 치던 일이 있었다. 남편으로부터 혹독한 훈련이 시작되었고 덕분에 그 후로 벽을 들이받지는 않았다.


좁은 길로 가다가 양옆에 주차되어 있던 차들을 슬쩍슬쩍 긁으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직진만 하던 일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발이 움찔거린다. 지금은 길이 좁다 싶으면 미리 감잡고 들어가지 않는다.


초보와 고수는 경험의 차이가 만들어낸 간극이다. 초보는 아직 몸으로 익히지 못한 사람이다. 고수가 되려면, 그래서 조금 더 재미있게 살려면 독하게 ‘연습하는 ‘ 세월을 확보해야겠다.


'여기서 내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인가.'

'질문을 하기 위해 대상을 잘 관찰해야겠구나!'

'쉽게 잡히는 것은 고귀한 게 아니지!'


나는 김 선생님에게서, 좌절에서 어떤 색깔을 볼 것인지 새롭게 배웠다. 일어설 일만 남은 '준비' 상태에 들어간다는 것! 자신을 위해 새로운 꿈을 꾸라는 신호라는 것!


'사람으로부터 받는 상처'조차 새로운 소원이 있게 만드는 값 치르기다.

"저 사람을 용서하소서."

"나는 저 사람처럼 살지 않게 하여 주소서."

"좋은 사람 만나게 해 주소서."


상처가 없다면 자극도 없기에 여전히 둔한 사람으로 살게 될테니까, 오히려 그때마다 감사할 일이다.


그 후 김 선생님은 어떻게 어둠에서 일어섰는지 다음에 만나면 묻고 싶다. 때로는 아픔이 큰 '직면'일 수가 있다. 직면은 인생 자체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다. 성장하려는 나, 계속하여 직면을 환대하여야겠다.


인생 후반기에 들었지만 여전히 좌절이라는 것은, 직면이라는 것은 훅 들어오는 삶의 장애물로 등장한다. 장애물이 보일 땐 장애물 경주가 시작되었다고 마인드컨트롤 해본다. 초등학교 운동장 가을운동회의 '장애물 달리기' 한 추억을 퍼올리면서 말이다.


힘껏 뛰어오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선을 다한 삶이다. 덧붙여, “후회는 없다”고 말하며, 훌훌 한자락 털어내듯 한땀 한땀 바느질하며 그렇게 가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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