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달 만에 인바디 검사를 했다. 한동안 손을 놓았던 루틴들이 마음에 걸렸던지라 결과가 은근히 걱정됐다.
역시나, 올라야 할 수치는 내려가 있었고, 내려가야 할 수치는 올라가 있었다. 몸은, 정말이지 정직하다. 지금까지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하며, 스스로를 얼마나 방치했는지를 조용히 알려준다.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다시 나를 살피는 루틴으로 돌아가야지.' 그래서 키노트를 열어 루틴만을 위한 전용 페이지를 만들었다. 항목별로 보기 좋게 정리하고, PDF 파일로 저장한 뒤 굿노트에 불러왔다. 그렇게 다시 루틴을 위한 페이지가 내 손 안에 생겨났다.
하나씩 체크해 나가는 일은 마치 작지만 단단한 약속 같았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셀프 훈육이자 루틴이라는 작은 질서의 확립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나를 믿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종이 다이어리에 모든 걸 다 적어두었지만, 이번에는 역할을 나눠보기로 했다. 굿노트에는 루틴만을, 종이 다이어리에는 감정의 흐름, 만난 문장, 우연히 바라본 하늘빛 같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기록해보기로 했다. 물리적인 공간을 구분하듯, 마음의 공간도 그렇게 나누어보는 것이다.
곧 새해가 다가온다. 늘 그랬듯이 1월 1일이 가까워질 때쯤, 새로운 다짐을 해왔던 나지만 올해는 조금 빠르다. 마음이 앞섰다.
최근에 읽은 스캇 펙의 책 한 권이 그 마음을 끌어당긴 것 같다.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뜻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나의 방만함이 괜스레 부끄러워졌다. 그동안 '자유롭게 살자'며 스스로에게 준 느슨한 허락은 사실은 무질서에 가까웠다. 진짜 자유는 적당한 규칙 속에서 더 깊고 단단하게 숨 쉰다는 걸 뒤늦게야 다시 떠올렸다.
그래서 오늘은, 새해가 되기도 전에 새 마음을 먹는다. 루틴은 작지만 분명한 하루의 골격이 되어준다. 지켜내려는 노력은 흐트러진 내 일상에 작은 등불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그건 내가 살아 있다는 가장 소박한 증거다. 그러니 오늘, 조금만 더 부지런해지기로 한다. 책상 위에 다시 펼쳐 놓은 루틴표를 보며,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드는 셀프 훈련을 다시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