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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안창호 선생 사진

by 별빛수

우연히 책 '도산 안창호 평전'의 표지를 보다가, 마지막 사진인 것 같은 사진까지 보게 되었다. 꽃다운 청년이 고문에 시달리다 고통스럽게 스러져 갔을 것을 상상하니, 왠지 죄송스럽고 울컥한 마음이 솟았다.


이런 애국지사들의 목숨과 맞바꿔 이룬 대한민국인데, 지금 모습이 한탄스럽다. 지금쯤이면 눈부시게 민주주의가 정착되어 있어야 할 때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현실에 동족을 원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나라를 사랑하는 자가 있다면 망치는 자가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한두 명이 앞장서서 흥하게 하고, 한 두 명이 또한 망하게도 하는 것 같다. 이 사실을 부정하고만 싶었다. 그래도, 스스로를 추스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묵묵히 해야겠다.


안창호 선생... 집이든 연구소든 어디든 청소할 때면 도산 안창호의 이 말이 문득 생각날 때가 있다. 선생의 다른 이야기는 쉽게 떠오르지 않아도 집 앞 쓸기 이야기는 선명하다.


"독립을 원하는 마음이라면 몸으로 보여라. 네 집 앞부터 쓸며 독립을 염원하라. 한국인이 어떠함을 나타내어라. 먼저 주변을 깨끗이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라."


나라가 독립하면 닦아보고 싶었다던 고국의 그 뜰과 그 유리창. 지금은 지천이 뜰이고 벽벽이 유리창이다. 이국에서 닦아보고 싶었던 광복의 뜰과 창.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마음을 나타내는 소소한 행동들이 실은 가장 필요한 것들이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시대, 내가 나라를 위해 조용히 할 수 있는 일 하나가 있다면 내 집안을 깨끗이 하고, 현관문 밖에 사사로이 물건을 두지 않으며, 13층 집까지 올라올 때는 계단으로 올라오는 것 정도라고 하자.


분노만 하고 있자니 무력해진다. 미움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구호만 외치지 말고, 무엇이든 더욱 행동을 쏟아야겠다. 힘을 들여 주위에 누가 되지 않게 하고, 정리되고 깨끗하게 해서, 어지러운 마음을 가지런하게 조금씩 펴야겠다. 몸은 정신으로 펴고, 정신은 몸으로 바르게 하는 거다. 안창호 선생의 애가 탄 마음을 좁쌀만큼이나마 헤아려 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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