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설치 미술 작품 앞에서 오랫동안 발을 뗄 수 없었다. 발이 느꼈을 무게를 '삶의 무게'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내 발이 다 들어 올렸을 내 삶의 무게는 얼마 정도였을까. 내 마음만 힘들다 생각했지 정작 거의 하루종일 그런 나를 이끌어 준 발을 까마득히 잊었다.
발처럼, 누군가의 묵묵함은 필요하고, 또한 누군가는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내 어머니는 아마도 나를 묵묵히 몇 번이나 견디셨을 것이다. 나의 남편도 그렇고, 나의 아이들도 그렇고, 나의 동료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 무엇보다 오늘은 발에게 감사하고 싶다. 나만 생각하면 결코 나를 내려놓을 수 없지만 발을 생각하면 가볍게 나를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하지 못한 모든 순간들을 내려놓아야겠다. 마음이 가벼워지게 하는 것은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이니까.
누군가가 ‘애기애타’라 하였다. 그 말을 난 따르기도 하였었다. 그런데, 내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애타애기 愛他愛己로 바꾸어 본다. 가끔은 물구나무 서기로 세상을 보고, 거꾸로 읽고 싶을 때가 온다. 통념을 벗어날 때마다 조금씩 자유인이 된다.
묵묵하게 들어 올려 보자. 내 체중과의 싸움에서, 게으름에서 내 마음의 발을 자꾸 조금씩 들어 올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