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말을 걸어온다

by 별빛수

스웨덴의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Cari Larsson의 작품을 보았다. 시선을 끌었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내 안에 하고 싶은 말이 반짝였다는 증거다. 그래. 순간, 말을 걸어왔다.


창가의 꽃병이 웃으랜다. 빨간 책걸상이 공부에 열정을 다하랜다. 액자의 인물들이 너도 나처럼 살랜다. 방석은 주인을 붙잡아놓으려 안간힘을 쓰고, 지구본은 한낱 그림일 뿐이라 힘이 없다.


손은 이미 주머니 속에 들어가 멈췄다. 마음과 눈과 생각이 저곳에 있으면 뭘 하나? 손과 발은 꼼짝 못 하고 여기에 있는데. 이것 말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여기 말고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코 앞에서 사라지는 나의 또 다른 삶들...... 할 수만 있다면 이 그림의 모조품이라도 집에 걸어두고 싶다. 또 하나의 나를 오래 보고 싶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우물 밖보다 안에 개구리가 많은 건 아닐까?'

'난 개구리가 싫은데...'

'누가 준 숙제 말고 내가 만든 숙제를 해결하고만 싶다.'


화가 Cari Larsson에게 답답한 나와 잠시 마주할 수 있게 해 주어 눈을 감고 감사한다. 별 거 아닌 이야기다. 긍정도 아니고 부정도 아니다. 그래도 왠지 그림이 좋아졌다. 하고픈 말을 들어줬기 때문일 거다. 세상 모든 것들은 말을 건다. 내가 말을 걸어주기만을 기다리는 듯하다. 사람하고의 대화만이 대화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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