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코칭과 회복탄력성
가르치는 일은 참 묘하다. 어느 날은 아이들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고, 하루가 어쩜 이렇게 반짝일까 싶다가도, 또 어떤 날은 아이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회의 시간에 들은 말 한 줄이 밤까지 마음에 걸리고, 자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럴 때면 마음속에서 자책이 밀려온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왜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걸까. 질문들이 조용히 고개를 든다.
교실에 오래 서 있다 보면 그런 마음들이 낯설지 않게 된다. 나도 그랬고, 주변의 많은 교사들도 그랬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다짐도, 반성도 아니다.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 조용히 다시 일어서게 해주는 마음의 근육, 회복탄력성을 기억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회복탄력성은 단단한 방패처럼 나를 감싸주는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바람을 맞으면서도 다시 중심을 찾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는 내면의 습관이다.
감정의 바람은 누구에게나 불어온다. 오래된 교사에게도, 이제 막 교단에 선 교사에게도 예외는 없다. 중요한 건 그 바람에 쓰러졌을 때,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예전에 한 어린이집 교사가 들려준 이야기가 기억난다. 낮잠 시간에 한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고, 달래는 사이 다른 아이들까지 깨어났다. 하루 계획은 엉키고, 마음은 속상하고 무기력해졌다고 했다.
그 교사는 잠깐 복도 창가에 서서 숨을 한 번 길게 쉬었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당황했고, 속상해. 그래도 괜찮아.’ 그리고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그 짧은 순간이 마음을 붙들어주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회복탄력성은 특별한 도구나 거창한 기법이 아니었다. 지금의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잠시 멈추어 나를 다독이는 작은 습관이었다.
교사로 살아간다는 건, 하루하루가 감정을 쓰는 일이다. 아이들 앞에서는 언제나 밝은 얼굴로 서 있어야 하고, 내 마음은 늘 뒷전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은 마음 어딘가에 고스란히 쌓이고, 회복 없이 반복되는 피로는 결국 지친 내가 되어 돌아온다.
그래서 이제는 말하고 싶다. 회복탄력성은 교사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선물이라고.
‘조금 흔들려도 뭐 어때, 괜찮아.’
‘잠깐 멈춰도 오케이, 괜찮아.’
‘다시 내 중심을 곧 찾을 수 있어.’
그런 말을 내 마음에 건넬 수 있을 때, 우리는 다시 걸을 수 있다. 바람을 피하려 애쓰기보다, 그 바람을 견디고 지나가게 할 작은 바람막이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 바람막이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하루를 여는 조용한 질문, 자신의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습관, 그리고 지금의 마음에 이름을 붙여주는 단어 한 개면 충분하다.
나는 종종 아침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묻곤 했다. ‘지금 내 마음은 어떤가?’ 하루를 시작하기 전, 내 감정의 날씨를 확인해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조금은 다르게 흘러갔다.
마음이 복잡할 땐, ‘짜증 났다’는 말로 끝내지 않았다. ‘참 서운하네.’ ‘기대가 무너져서 속상하네.’ ‘내 마음이 조금 구석에 밀려 있는 것 같아.’ 그렇게 이름을 붙이면, 감정이 나를 덜 흔들었다.
그리고 아주 힘든 날엔 길게 심호흡을 몇 분 한 후,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지금 나에게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일까?’ ‘내가 회복되기 위해 어떤 선택이 필요할까?’ ‘이 시간을 잘 지나고 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그 질문들이 나를 어디로 이끌어줄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그 순간엔 내 마음에 작은 숨구멍 하나가 생겼다.
교실이란 곳은 늘 바쁘고 예측하기 어렵다. 아이들도 그렇고, 교사 자신도 그렇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중심을 잡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모른다. 배가 흔들리지만 뱃머리에 우뚝 서 있는 선장의 역할 말이다.
감정의 바람은 언제나 불어온다. 넘어지는 날도 있고, 주저앉는 날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다시 일어서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회복탄력성은 그런 순간에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보이지 않는 손, 큰 바위얼굴이다.
그 힘은 교사의 하루를 지켜주고, 아이들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그 따뜻함이 오늘도 교실에 머물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그 따뜻함이 또 다른 교사의 마음을 지켜주는 자동 바람막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