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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쇄도전러 수찌 Nov 30. 2020

순수한 열정이 그리운 그대에게

영화 본투비 블루


미국 재즈 본가는 동부, 그는 서부 출신. 

재즈는 흑인 음악, 그는 백인.


고향, 인종. 어느 것도 재즈와 어울리지 않지만, 재능을 타고나 버린 쳇 베이커. 그 재능 때문에 그의 인생은 빛났다가 나락으로 처박히고 만다. 


뉴욕 거물 뮤지션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인정받는 재즈 뮤지션이 된 쳇 베이커. ‘약’ 때문에 폭삭 망했다. 정신 못 차리고 휘청거릴 때, ‘사랑’이라고 부를 만한 여자를 만났다. 사랑과 음악이 전부인 남자. 사랑을 만나 다시 연주를 꿈꾼다. 사랑 때문에 색소폰을 잡았는데, 결국엔 연주 때문에 사랑을 놓는다.


사랑과 커리어. 둘 다 잡고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 수는 없을까? ‘소시민1’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의 삶. 재능 때문에 그는 잠시 행복했지만 영원히 행복할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매사에 히스테리컬한 모습
약간 사회성 없는 사람같이 일 처리에 아둔한 모습 (사랑하는 제인 앞에서는 제외)
완벽을 위해 약의 힘을 빌리는 모습 


‘그럴 수도 있겠다.’

영화 보는 중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이 말은, 나 같은 사람은 그럴 리 없겠지만, 저 사람이라면, 쳇 베이커 같은 운명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말이다.


마약하는 뮤지션이 많다. 비틀즈마저 마약을 했다고 하니, 어디까지가 음악성이고 어디까지가 약에 의한 음악인지 구분 짓기 어렵다. 영화에서 쳇 베이커가 무대에 오르기 전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 본다면 ‘무엇 때문에 그들이 약을 하는가’가 대략 이해는 된다. 연주자도 컨디션 기복이 있고 이전보다 못한 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그들은 늘 CD와 같은, 혹은 과거 자신보다 발전한 모습을 기대받는다.

 

그 압박에, 쳇 역시 사랑을 포기한다. 늘 칼날 위를 걷는 듯 불안하던 자신을 안정되게 만들어줬던 그 여자. 내 곁을 떠날까 봐 늘 노심초사했던 사랑스러운 그녀. 결심하던 순간의 쳇 역시, 지금 연주를 선택하면 그녀가 떠날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 세상천지에 본인 붙잡아줄 이 하나 없으리라는 것도. 왜냐면. 이미 이전에 다 경험해 봤으니까. (두번 이혼했음;) 그래도 쳇은 연주를 선택한다. 모든 걸 알면서도 한순간의 불꽃을 위해 파멸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다.


생각해보니 제인과의 연애에서 이전에도 그는 사랑보다 연주를 선택했다. 제인의 부모님께 처음 인사드리는 자리에서 그는 제인 아버지에게 역정을 냈다.

“책임감 따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면 몰라도, 연주 이야기는 하지마요.” 

(누가 장인처음 뵙는데, 저렇게 말함?;)


사랑 때문에 쳇은 재기할 수 있었다. 다시 웨스트 코스트의 신화가 되고 싶어서 노력했다. 남 말은 듣지 않지만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남 눈에는 꼴통으로 보일지라도 본인은 미치게 노력하고 있었다. 사랑 때문에 연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랑의 크기가 너무 커져 결국 그 끈을 놓고만다. 그 순간을 마주한 쳇의 눈빛은 연기라고 믿을 수 없이 슬프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예술가란 이런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이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을 통해 입신양명하고픈 사람은 연예인이고 예술만 해낼 수 있다면 자신이 부서져도 상관없는 사람이 예술가구나. 그래서 그 사람들이 희귀하고 인정받는 거구나.


타고난 재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갉아먹으면서까지 노력하는 사람.

그렇지 않으면 죽음도 개의치 않는 사람.


연예인 말고, 진짜 ‘예술가’에게 범인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가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물론 그들도 법을 준수해야겠지!) 왜냐면 그들은 어쩌면 '평범해서 좋은 세상'은 못 보는 사람들이니. 나름은 억울한, 천재라서 불쌍한 사람들이니까.


재즈 공연을 보고 온 뒤 여운이 가지 않아 주말에 영화 본투비 블루를 봤다. 그 감상이 남아 '약쟁이 뮤지션'의 삶을 더 후하게 평가한 것일 수도 있다. 감상은 어떻든 지루할 내용은 아니니, 직접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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