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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쇄도전러 수찌 Dec 08. 2020

엄마와 두 번째 여행. 이번엔 좀 더 잘할 수 있을까?

효도 여행하면 중국이지

엄마와 두 번째 여행을 떠나기까지 1년이 걸렸다. 이번에도 여름 휴가를 엄마랑 떠난다.


엄마는 일을 관뒀지만, 여전히 바쁘다. 집에는 아직도 엄마가 챙겨야 할 존재들이 많다. 아직도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는 대학생 아들, 엄마 없이는 밥도 못 먹는 오십 대 큰아들(남편), 무엇보다 엄마가 세상 전부인 아픈 할머니. 엄마 아니면 아무도 관심 없는 열 개도 넘는 화분. 가게 일에서 은퇴했지만, 집안일에서 은퇴는 아니다. 이번에도 멀리, 훌쩍 떠나기는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동남아시아 느낌과는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다. 예전부터 혼자라도 가보고 싶던 중국 운남성이 생각났다. 사시사철 따듯한 꽃의 도시이자 티베트 문화도 살짝 맛볼 수 있는 그곳. 여름 휴가 기간에도 그곳은 선선할 것이다. 엄마도 ‘중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이전부터 말했고.      


하지만 중국은 ‘중국어’가 안되면 자유 여행하기 어렵다는 말이 많았다. 중국은 가깝지만, 그 속을 알 수 없는 미지의 땅처럼 느껴졌다.

“엄마, 운남성이 엄청나게 볼 것도 많고 고성들도 많아서 예쁘거든?”

“그런데?”

“근데, 중국어가 안되면 여행하기가 어렵대. 나도 중국은 한 번도 안 가봐서 진짜 그럴지 아닐지 모르겠어.”

“우리 딸 어디까지 다녀왔는데, 요 옆에 중국을 못 갈까 봐?”

“그래도…. 중국은 영어가 하나~도 안 통한대!”

“글쎄, 남들 다 잘 다녀오던데?”

“엄마 친구들은 패키지로 갔다 온 거고.”

“그런가? 그래도 엄마 중국도 한번 가보고 싶다. 우리 딸 있는데 괜찮겠지 뭘.”


엄마가 가고 싶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 이번 휴가는 중국, 그중에서도 운남성으로 정했다. 지난번과 같은 실수는 하고 싶지 않다. 숙소는 내 생각보다 조금 더 나은 곳이 필요했고 중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 간식거리도 넉넉히 챙겨야 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는 모든 일을 혼자 떠맡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에게도 할 일을 주려 한다.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려는 데서 오는 ‘짜증’도 덜 할 것이고, 엄마 역시 더 오래도록 기억 남는 여행이 되리라. 숫자에 약한 나 대신, 장사해서 숫자에 밝은 엄마가 돈 그리고 지갑 관리를 맡기로 했다.


지난번에는 가이드인 나만 현지 유심을 샀다. 엄마는 2 동안 휴대전화를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모바일 데이터를 공유받거나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만 사용하는 . 물론 엄마는 그런 ‘복잡한 연결 어둡다. 내게 휴대전화를 던져 ‘복잡한 연결 부탁하거나 포기하기 일쑤였다. 이번에는 엄마의 원활한 ‘여행 자랑 위해서 엄마 휴대전화에도 중국 유심을 넣어  것이다. 휴대전화와  몸처럼 사는 현대인에게 인터넷 연결 없이 살기란 노소를 가릴  없이 잔인한 일이었다.


그렇게 2주 동안, ‘운남성 제1 도시 쿤밍 - 유네스코 유산이 위치한 리장 - 티베트 문화 맛보기가 가능한 샹그릴라’ 에 다녀올 계획을 세웠다.  

 

이번에는 각자 집에서 여행 준비를 했다.   여행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는 각자  챙겨도  챙기리라 믿었다. 출발 전날 엄마가 기차 타고  자취방으로 올라왔다. 기차역에 엄마를 데리러 갔는데 멀리서 봐도 뭔가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엄마! 속눈썹 연장했어?”

“어떻게 알았어?”

“참네, 딱 보면 알지.”

“미용실 언니가 소개해줬어. 이거 붙이니까 눈이 훨씬 훤해 보이는 거 있지?”

처진 눈이 고민이지만 쌍꺼풀 수술은 겁나는 경숙 씨가 소심하게 눈을 개선하고 왔다. 내게 자랑하기 위해 낙타처럼 길고 빽빽한 눈썹을 연신 깜빡인다. 여행 사진을 위해 속눈썹까지 연장하다니. 사실 마음 깊이 이해 가는 일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내 자취방에 엄마가 왔다. 시간이 늦어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BHC의 ‘맛초킹’을 한 마리 배달시켰다. 둘이서 닭 한 마리를 다 못 먹고 남기다니. 엄마의 위장이, 그리고 내 식탐이 얼마나 줄어버렸는지 보여서 조금 슬펐다. 좁은 싱글침대에서 오랜만에 엄마랑 어깨를 붙이고 잠들었다.       

리장 고성에서 만난 강아지. 너는 뭐가 그리 걱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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