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브랜드가 기억에 안 남는 이유, 릴스만 해서 그래요

하루라도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만나야 하는 이유

by 이수정

요즘 로컬 브랜드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많다. 제품의 퀄리티도 높고, 인스타그램 피드도 예쁘게 잘 꾸민다.

특히나 릴스 하나만으로 팔로워 수가 급 성장하고, 계정 자체도 유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릴스 잘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누구나 대박 날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을 꾸게 한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릴스만으로 내 브랜드를 유명하게 만들기는 사실상 쉽지는 않다.


그렇게 열심히 비하인드 스토리도 만들어서 올리고, 홍보는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의 기억에는 안 남고, 팬은 생기지 않는다.


브랜드가 열심히 뭔가를 말하고는 있는데, 사람들은 그걸 '경험'했다고 느끼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브랜드가 '설명'은 잘 하지만, 직접 경험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로컬 브랜드일수록, 작은 브랜드일수록.. 하루라도 오프라인 행사를 열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이 작동하는 ‘현장’이자 감정의 연결 지점이기 때문이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 주는 가치는 더 깊고, 오래간다

요즘 같은 시대에 온라인은 브랜드의 기본 인프라다.
SNS, 스마트스토어, 웹사이트 없이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모든 브랜드가 온라인에 있기에, 오히려 진짜 연결은 오프라인에서 차별화된다.

온라인은 설명의 언어이고, 오프라인은 경험의 언어다.
사진, 글, 영상으로 아무리 잘 보여줘도, 고객이 브랜드의 공기, 온도, 말투, 감정을 오감으로 느끼는 일은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 감정은 훨씬 더 오래 기억된다. 바로 이점에서 오프라인은 브랜드의 철학을 '작동시키는 무대'가 된다. 하루짜리 행사라도 충분하다.


브랜드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리듬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은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현장은 말보다 강하다.




하루짜리 행사라도, 브랜드를 구조화시킨다

오프라인 행사는 단순한 만남 그 이상이다.
그 안에는 브랜드의 방향을 정리해 주는 ‘구조’가 숨어 있다.

우리가 자주 이야기하는 Root–Rhyme–Ritual이라는 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Root는 브랜드의 뿌리다.
왜 이 동네에서, 왜 이 계절에, 왜 이런 방식으로 행사를 여는지에 대한 이유다. 하루짜리 행사라도,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답이 바로 브랜드가 어디서 출발했는지를 보여준다.


Rhyme은 브랜드가 고객과 어떤 언어로, 어떤 감정선으로 소통하는지를 말한다.
예를 들어, 현장의 말투, 포장 방식, 제품 진열, 안내 문구 같은 것들이 일관되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다.


Ritual은 반복 가능한 감정이다.
한 번의 만남이 끝이 아니라 “다음에도 꼭 또 오고 싶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 계절마다 반복되는 행사, 한정된 메뉴, 손 편지 같은 요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참고로 우리가 운영하는 '간만의 숲'은 매년 10월 다른 주제로 숲을 오픈하여 손님들을 맞이한다.


이 세 가지는 대규모 시스템이 없어도 만들 수 있다. 오히려 작은 브랜드일수록, 이런 구조가 있느냐 없느냐가 브랜딩의 지속성을 좌우한다. 하루짜리 행사라도 괜찮다. 그 하루 안에서 Root–Rhyme–Ritual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면, 브랜드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행사 기획은 브랜드 운영자의 감각을 단련시킨다

행사를 준비해 본 사람은 안다.
단순히 테이블 몇 개 놓고 제품만 진열하는 것 같지만, 막상 준비에 들어가면 수많은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누구를 초대하고 싶은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가?
공간의 흐름은 어떤 리듬을 가져야 할까?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런 고민은 결국 운영자로 하여금 브랜드의 정체성, 철학, 고객 접점을 더 정밀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행사 기획은 단순한 운영이 아니라, 브랜드 감각을 단련하고 리듬을 되살리는 훈련이다.

플리마켓이든, 원데이 클래스든, 내부 리트릿이든, 그 어떤 형태든 좋다. 그 자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브랜드는 한층 더 선명해진다.




팬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경험’이다

우리는 브랜드 팬을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팬은 콘텐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감정이 움직여야, 팬이 된다.

그리고 감정은 ‘만났을 때’ 생긴다.


한 번 직접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 나누고, 공간을 공유한 사람은 브랜드를 이미지로 소비하지 않는다. 경험으로 기억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꼭 오프라인 공간이 있어야만 팬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온라인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더라도, 단 하루의 오프라인 만남은 전혀 다른 차원의 연결을 만들어준다. 온라인에서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고, 릴스를 기획하고, 메타 광고를 집행해도 우연히 행사에 들른 단 한 명의 고객이, 브랜드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기억해 주는 경험이 훨씬 강력할 수 있다.


또한 오프라인은 예상하지 못했던 고객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들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온라인 설문이나 DM, 댓글로는 놓치기 쉬운 고객의 표정, 말투, 구매 망설임의 순간들. 그 모든 장면이 브랜드에 큰 인사이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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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간만의 숲은 2024년 9월, 서울 종로의 서순라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그때 현장에서 직접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들은 고객들 중 일부는 그다음 달인 10월, 전라남도 해남에 위치한 간만의 숲 공간을 실제로 방문했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말이다. 단 하루의 오프라인 만남이 고객의 이동과 감정적 반응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단단한 연결은, 하루 행사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스크린샷 2025-05-16 오후 10.43.39.png 팝업스토어에 방문했던 손님이 남긴 댓글..!!



오프라인 행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브랜드는 매년 이 시기에 이 동네(지역)에서 이 행사를 연다.


브랜드에 철학이 있다면, 그 철학이 공간 안에서, 시간 안에서 작동하는 방식이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오프라인 행사다. 그러니,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1일, 3시간, 5평이라도 괜찮다. 브랜드가 직접 사람을 만나는 시간, 그 자체가 이미 충분하다.





이수정

로컬과 자연을 기반으로 감도 높은 프로젝트를 만듭니다.

1. 인사이트 아카이빙 @startupunboxing

2. 팀 유벡스 @ubx.team

3. 간만의 숲 @ganman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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