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예산 100만 원?

예산이 작을수록 '무엇에 집중할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by 이수정

누군가 내게 물었다.

브랜딩 예산이 100만 원밖에 없다면, 뭘 하시겠어요?


많은 브랜드가 이럴 땐 로고를 새로 하거나, 포토존을 만들고, 포스터를 뽑고, SNS 촬영을 한다.

맞는 말이다. 예쁘면 관심을 끌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모든 걸 하려 하지 않고, 단 하나에만 집중하겠어요.”


단 하나의 철학, 하나의 리듬, 하나의 실험.

그것이 바로 브랜드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브랜딩은 분산이 아니라 ‘집중 실험’이다

공간 브랜딩을 하다 보면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넣고 싶고, 빠뜨리기 아쉬운 게 많다.


그래서 예산이 생기면 대부분 로고도 하고, 간판도 바꾸고, 조명도 바꾸고, SNS도 돌린다.

결국은 ‘모든 걸 조금씩 한 브랜드’가 되고 만다.


하지만 브랜드 감도는 ‘갖춘 것의 양’에서 생기지 않는다. 선택의 밀도, 즉 “무엇을 끝까지 밀어붙였는가”에서 생긴다.


예산이 부족할수록, 브랜드가 진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예산이 작을수록 ‘무엇에 집중할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제안한다.

한 가지를 정해서, 전부를 걸어보세요.


예산이 작을수록 기능이 아니라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그 메시지를 공간 전체가 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향기로 기억되는 공간이 되고 싶어” → 100만 원을 전부 향과 후각 경험에 쓴다. 현관을 열면 퍼지는 숲 내음, 원목 오일을 묻힌 벤치, 손에 닿는 포장지에서도 나는 향. 이 브랜드는 ‘향’ 하나로 감도 있게 기억된다.


“우리는 대화보다 침묵이 중심인 공간이야” → 안내문구, 가격표, 배너 모두 생략하고 직관적인 배치와 조도만으로 운영한다. 고객은 이 ‘침묵’에서 의도를 읽는다.


“우리는 무조건 아날로그로 간다” → POS, QR결제 없이 운영. 그 대신 손글씨 메뉴, 종이 쿠폰. 100만 원은 손글씨 간판과 메뉴 인쇄물, 스탬프를 제작하는데 쓴다.


“우리는 고객 한 명과 더 깊게 연결되고 싶어” → 1개월 동안 고객 10명에게 손편지를 쓴다. 혹은 고객의 이름을 새긴 소규모 굿즈 제작. ‘관계 중심 브랜드’라는 메시지가 공간에서부터 느껴진다.



핵심은 이거다.

100만 원으로는 모든 걸 다 하기엔 모자라지만, 단 하나는 아주 깊게 만들 수 있다.


그 ‘하나’가 곧 브랜드의 첫 문장이다.




브랜드 철학은 ‘무언가를 하지 않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바로 ‘무엇에 시간을 걸었는가’에서 드러난다


사람들은 예쁜 걸 기억하지 않는다. 이 감각은 예쁜 포인트가 아니라, 분명한 중심에서 나온다.


그 중심은 브랜드 철학이고, 철학은 결국 공간이 고객과 나누는 대화가 된다. 100만 원은 공간을 완성하긴 어렵지만, 브랜드의 감도는 만들어낼 수 있다.



...



지금 당신에게 브랜딩 예산이 100만 원뿐이라면, 그건 부족한 게 아니다.

당신이 어디에 집중할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기회다.


하지 않을 걸 정하고
하지 못할 걸 인정하고
단 하나에 시간을 걸어보자.


그리고 이렇게 질문해 보자.

“이 실험이, 내 브랜드를 무엇으로 기억하게 할까?”


그 질문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다면, 이미 그 순간, 브랜딩은 시작된 것이다.






이수정 인사이트 아카이빙 | 팀 유벡스 |간만의 숲

* 로컬과 자연을 기반으로 감도 높은 프로젝트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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