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기원을 만드는 법
왜 여기서 시작하셨어요?
로컬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그리고 내가 컨설팅을 할 때 가장 많이 듣고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명확히 대답할 수 없다면, 우리 브랜드의 철학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어떤 동네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은 브랜드라면, 그 출발점은 ‘이 동네여야만 하는 이유’에 있다. 하지만 많은 브랜드가 ‘임대료가 싸서’, ‘우연히 자리가 나서’, ‘지인이 추천해서’ 등 외부의 조건에 의해 지역을 선택하고, 그 이후에야 로컬 스토리를 붙이려 한다.
하지만 진짜 힘 있는 로컬 브랜드는 반대다.
‘철학이 먼저’다.
장소는 철학을 담는 그릇이다. 나의 생각, 가치, 세계관이 구체적인 장소를 만나야 비로소 브랜드가 된다. 그래서 로컬 브랜딩의 시작은 단순히 입지를 정하는 게 아니라, 철학의 뿌리를 내릴 장소를 ‘선언’하는 일에 가깝다.
내가 있는 이 동네를 브랜딩하고 싶다면,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이 동네는 어떤 사람들의 삶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이곳에는 어떤 가치가 축적되어 있는가?
여기에 살고, 여기서 일하고, 여기서 쉬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일상을 만들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단순한 공간이 ‘나와 연결된 장소’가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여기에서만 나는 냄새, 이 시간에 들리는 소리, 그게 제 브랜드의 세계관과 너무 닮았어요.”라고 말한다.
철학의 기원은 이런 감각적인 연결에서 비롯된다. 감성적 공명이 브랜드의 서사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이곳은 단순한 호스텔이 아니다. 가나자와라는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을 전달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1층에는 로컬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 지역 작가들의 굿즈를 판매하는 숍이 있고, 여행자는 호스텔에서 머물며 ‘가나자와스럽게’ 살아본다.
HATCHi의 철학은 ‘살아보는 여행’이다.
그리고 그 철학은 지역성과 맞닿아 있기에 강력하다.
누군가에게는 가나자와라는 동네의 두 번째 집이 되어준다.
서울에서도 충분히 로컬 브랜딩은 가능하다. 마르쉐@는 단순한 플리마켓이 아니다.
도시 안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작은 생태계다.
도심 속 농부들이, 빵을 굽는 손이, 피클을 담그는 이들이 이 마켓에 모여 자신들의 철학을 나눈다.
철학을 말로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철학이 분명하지 않으면,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방향을 잃게 된다.
‘내가 왜 이 동네에서 이 브랜드를 시작했는가?’에 답하는 글쓰기를 해보자.
아래의 3단계로 접근하면 조금 더 쉬워진다.
1. 공간과 나의 감각을 연결해 본다
이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나 공기가 있나요?
이 동네를 걷는 것만으로도 내가 회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2. 공간이 가진 ‘기억’과 ‘스토리’를 발견한다
이 동네에 얽힌 나의 개인적인 기억은 무엇인가요?
지역의 역사나 오래된 풍경 중 브랜드에 연결될 만한 것이 있나요?
3. 이 공간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써본다
이 브랜드를 통해 어떤 가치를 전하고 싶은가요?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주고 싶은가요?
+) 더 자세한 질문은 추후 전자책에서 살펴볼 수 있다.
브랜드의 철학은 떠 있는 개념이 아니다.
장소라는 구체적인 물리적 맥락을 만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공간은 브랜드 철학의 ‘무대’다.
그 무대 위에서 우리는 제품을 진열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고객과 만난다.
무대가 바뀌면 이야기도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철학이 뿌리내릴 수 있는 단 한 곳의 동네를 찾아야 한다.
* 로컬과 자연을 기반으로 감도 높은 프로젝트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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