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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Oct 20. 2020

츤데레 대표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닮고 싶은 리더

내가 다니는 회사는 6개월 전 새로운 대표가 취임됐다.

대표치고는(?) 꽤 젊은 나이로 회사 대표가 되었는데, 대표되기 전부터 나는 겹치는 업무가 있어 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곤 했다.



6개월 전

(대표되기 전)

-

내 사수와는 달리 말이 거의 없고, 웃는 것도 본 적이 별로 없다. 말도 안 되는 상황과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쌍시옷(ㅆ)으로 시작하는 비속어를 날린다.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그러진 않는다.

또 술도 엄청 좋아한다. 점심때 가볍게 술 마시는 걸 본 적도 꽤 있다. 워낙 자유로운 조직 문화라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술과 인연 없는 나에게는 이래나 저래나 쉽지 않은 인물이다.

점심때마다 외부 사람들과 약속을 잡던 부편집장과는 달리 회사 안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렇다고 인간관계가 부실하거나 어려운 사람처럼 보이진 않는다.

어렸을 때 외국에 살다 와서 영어는 유창하다.

차가운 사람이다. 감정을 크게 표현하지도 않고, 일 할 때는 심하게 똑 부러진다.

여기까지가 6개월 전 내가 느낀 현 대표의 모습이다. 글 쓴 걸 보면 알겠지만 내겐 그저 '어려운 사람'이었다. 



현재

(대표된 후)

-

내가 어려워하는 사람이 우리 회사를 이끌 대표가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1. 아, 그렇구나!

2. 아, 어렵겠네..


1번의 아, 그렇구나! 는 주변에 관심이 별로 없는 내 성향 탓이다. 누가 대표가 되던 나는 회사 잘 다니고, 월급 제때 나오면 그걸로 충분했다.


2번의 아, 어렵겠네.. 는 나는 대표와 이야기를 자주 나눠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 전 대표는 아빠 같은 푸근함으로 조금 편하게(?) 업무를 진행했었지만, 츤데레 새 대표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역시나 내 예상은 적중했다.

나도 모르게 대표 앞에서는... 아무것도 몰라요. 1도 몰라요. 알아도 말이 잘 안 나오네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어주세요... 가 되어 버렸다.

한심해서 스스로 자책할 때도 많았다. 똑똑한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정말 똑똑하다. 단순히 공부 잘하는 똑똑함이 아니라 지혜가 있는 사람이다. 하나를 말하면 열개를 파악한다. 말은 또 오죽 잘하나? 그의 앞에 서면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



그러다

-

어려운 대표와의 회사 생활을 이어가던 중 대표에게 안타까운 일이 생기게 된다.

솔직히 힘든 줄도 몰랐다. 전혀 티를 안 냈기 때문이다.

아침 출근 후 메일함을 여니 '00000(회사 이름) 동료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메일이 왔다. 열어보고 나는 한동안 할 말을 잃었고, 눈물이 났다. 개인 사정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쓸 수 없지만, 결론은 대표에게 어려운 일이 생겼고 이걸 혼자 힘들어하는 것보다는 알려서 위로와 격려를 받기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도 생각이 나 가끔 대표의 메일을 읽어본다.

그 메일에는 냉정하고 똑똑한 대표가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1. 지금 내가 어떤 감정인지 이성적으로 파악한다.

혼자 속으로만 끙끙 앓지 않는다.

무작정 우울감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왜 내가 이런 감정이 들고 힘든지를 이성적으로 분석한다.


어떤 이들은 우울감을 즐기기도(?) 한다. 자기 연민에 빠져 내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의 합당한 이유를 찾는다. 하지만 대표는 본인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지에 대해 이성적으로 파악한다.


2. 문제를 피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다 그만두고 싶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내가 대표라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끝내고 싶었을 텐데 대표는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3. 주변인에게 어려운 상황을 공유한다.

피하지 않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 주변에 전문가들은 물론 상황이 특이하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을 때 또 다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이다.


숨기고 아닌 척하는 것이 아닌 본인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공유했다는 용기가 대단하다.


4. 문제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는다.

이메일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울렸다.

‘—-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무언가를 통해 교훈을 얻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계속 반복해서 하는 말이라 지겨울 수도 있지만, 대표는 좌절이 아닌 희망을 선택하고, 끝이 아닌 시작을 바라보는 멋진 대표이자 사람이다. 사회생활하면서 또 언제 이런 리더를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나도 문제에 좌절이 아닌 새로운 시각을 얻고 나아가는 사람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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