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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Dec 12. 2020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

나는 유능한 나를 추천합니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스여일삶(스타트업 여성의 일과 삶) 커뮤니티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어도비코리아의 우미영 대표님이 책을 냈는데, 직접 읽어보고 서평 하고 싶은 사람 10명을 모은다는 글이었다.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 사진 보정을 해주며 사용했던 어도비라니, 이러면서 바로 신청했다.

다행히 나는 10명 안에 들었고, 책을 받게 되었다.


휴대하기 편한 책 사이즈와 함께 온 무제 노트, 그리고 깔끔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책을 바로 읽지 못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업무와 사이드 프로젝트(딴짓..)로 참여하던 헤이스타트업 행사 준비, 또 이사로 꽤나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회사/이직에 대한 고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왜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하려면 끝이 없으니 이 부분은 생략하겠다.


짧게 생각의 결론을 짓자면 -내가 과연 회사에서 정말 필요한 사람인가, 나는 이 일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하고 싶은 비즈니스가 있는데 이걸 해도 되나-였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도중 계속 우미영 대표님의 책이 눈에 밟혔다. 사람의 촉은 무시할 수 없는 게, 왠지 저 책을 읽으면 내가 고민하는 것들이 모두 해소가 될 것 같은 느낌이 왔다. 하지만 그 문제를 직시하는 게 무서웠던 건지 자꾸 피하게 되었다.


결론은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 책을 통해 복잡하던 내 생각과 감정이 정리가 됐다.

서론이 길었다. 이 책에서 배운 점들을 내 경험과 접목시켜 정리했다.





전문성

키우기


그녀는 생소한 IT 영업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 서적 <엔터프라이즈 자바 빈>이라는 책을 무려 8개월간 번역하였다. 평일 저녁 시간은 물론 주말까지 반납하며 번역에 집중하였고, 그로 인해 전문성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전문성은 곧 고객의 신뢰를 얻게 되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이 부분을 읽는데 나와 너무 비슷해서 놀랐다. 처음 블록체인 업계에 입문해서 한 일이 바로 외국 칼럼들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블로그에 올리는 작업이었다.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블록체인/암호화폐 분야에서는 상위 블로그가 되었고, 블록체인 커뮤니티에 칼럼도 쓰고 인터뷰도 했다. 본인들 프로젝트 콘텐츠를 제작하여 올려달라는 의뢰도 꽤나 많이 들어왔었다. 아, 한 가지 다른 건 그녀처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지는 못했다. 하다가 귀찮아서 중간에 그만뒀다. 이게 그녀와 내가 다른 점이다. 만약 끝까지 했더라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


영어를 읽고 해석할 줄 안다면, 그녀가 했던 방법을 꼭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좁은 시야에서 조금은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가 있다. 또 다른 좋은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비전공자인 그녀가 30년 넘게 IT 업계에서 승승장구하는 걸 보면 답이 나온다. 나는 이번에 책을 읽고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현재 회사에서 새로 배정받은 광고 상품과 관련된 Google 광고 매뉴얼을 한국어로 번역하려고 한다. 광고 공부도 할 겸,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나중에 회사를 퇴직할 때는 광고 전문가가 되어있기를 바라며.




팀원의 소리에

반응하기


그녀가 퀘스트소프트웨어 한국 지사장으로 가기 직전 회사의 안 좋은 얘기를 듣게 된다. 잘못된 영업 방식과 조직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로 그녀는 가만히 앉아서 입사일을 기다릴 수만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직원 전체 대상으로 메일을 발송한다. 자신을 소개하는 첫인사를 시작으로 4가지 질문을 던진다. 회사의 변화 그리고 혁신을 위함이었다. 4가지 질문은 아래와 같다.

 

1) 수신인의 자기소개. 어떤 업무를 하는지. 참고해야 하는 개인적인 정보가 있는지.

2) 현재 회사의 문제와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문제를 풀 건지.

3) 일하기 행복하고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4) 새로운 지사장에게 기대하는 것은.


나에게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그녀가 보낸 이메일이 얼마나 강력한 문제 해결 방식인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몇 달 전, 나도 대표에게 이런 비슷한 메일을 받았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기에 앞서 대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한 글과 함께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달라는 메일이었다. 보통 이런 중요한 안건은 소위 말하는 C레벨급들끼리 진행된다. 하지만 대표는 우리 회사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나는 이틀을 꼬박 고민하며 내 생각을 정리해서 보냈다. 그다음 날, 대표는 나를 보곤 '메일 잘 받았어, 고마워'라고 말하며 그다음 회의 때 내 의견을 반영한 기획안을 가져오셨다. 그때 처음 느꼈다. 아, 내 말이 전달되는 회사에 다니고 있구나. 


그녀 또한 직원들에게 받은 메일을 모두 정리하여 상황 진단, 문제 원인, 직원들이 제안한 해결책을 공유했다. 직원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묵살되지 않고 리더에게 전달됐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 나 또한 그걸 경험했으니 말이다. 이 부분의 소제목을 '반응하기'라고 결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히 직원의 의견을 '듣는 것'과 액션플랜을 보여주며 '반응'하는 것은 큰 차이다.





딴짓하세요,

딴짓!


그녀는 Women In INovation(WIN)이라는 커뮤니티에서 10년 넘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활동하고 있다. 멘토링, 리더십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람들을 돕고 있는 그녀의 활동은 에너지가 넘친다. 그녀가 일명 '딴짓'을 하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삶, 세컨드 라이프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WIN이라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는 또 다른 기회가 된다.

예전에는 정유회사에서 커리어를 쌓던 사람이 퇴직하면 주유소 창업을 하고, 통신사에서 퇴직하면 이동통신 대리점을 하는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직장이 전부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알고 보니 내 천직이 지금 하는 일이 아니라면? 회사에서 당장 나가야 한다면?

우리는 세컨드 라이프를 준비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나의 잠재되어 있는 장점과 가능성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바로 딴짓이다. 직장 밖에서 여러 가지 딴짓을 하는 것이다. 그녀의 의견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야말로 엄청난 딴짓의 대가다. 현재 몸 담고 있는 업계와는 정 반대의 딴짓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스타트업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해외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짓(?)을 하고 있다. 그러니 무조건 딴짓을 하라. 불법만 아니면 상관없다. 



참고로 이 책은 나 같은 사람이 읽으면 도움될 것 같다.

여기에서 '나 같은 사람'은...

1) 여성 직장인 - 이왕이면 작은 스타트업 조직 문화에서 일하며 여러 가지 일을 하는.

2) 나의 전문 분야가 뭔지 헷갈리는 사람들

3) 혹은 그런 분야를 찾고 싶은 사람들


마지막으로 좋은 책 만들어준 퍼블리온 출판사에 무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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