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다’를 보고
언젠가는 봐야지 했던 영화 타다를 보게 되었다.
사실 스타트업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타다의 어려움에 대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애써 외면하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지나쳤던 날들이 생각난다. 그저 좋은 서비스 하나가 사라졌구나- 이 정도?
2019년 3월에 타다 서비스를 처음 이용해 봤다. 이렇게까지 기억하는 이유는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팀장님이 타다를 불러 외근을 같이 나갔던 기억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뭐하는 택시(?)인가 싶었다. 너무 오버스러운 사이즈에 조용하고 좋은 향에 깨끗했다. 심지어 와이파이까지 있었다. 나는 택시를 자주 이용하지는 않지만 일반 택시와는 확연히 다른 서비스임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 후로도 나는 개인적으로 차를 타야 하는 일이 생기면 타다를 호출했다. 물론 자주는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 타다 금지법 이야기가 나오고 어느 순간 타다 베이직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안타까웠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한 영화가 나온다.
본질에 집중하라
타다 서비스를 시작한 팀원들은 하나같이 이 단어를 꺼냈다. ‘본질, 본질, 본질’
고객들이 타다를 탔을 때 무엇을 느꼈으면 하는가에 대한 조사에서 그들은 아주 기본 즉 본질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타다 팀은 택시를 탔을 때 느껴야 할 그리고 누려야 할 본질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나도 사업을 하면서 내가 이 사업을 하려는 근본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왜 나는 닷닷커넥터, 스타트업언박싱을 하려는가. 결국 나의 고객들이 원하는 본질은 무엇인가. 이 고민은 매일 해야 할 것 같다.
고객이 알아서 소문내는 서비스를 만들라
우리 서비스 이렇게 잘났으니 좀 소문 좀 내주세요.라고 하지 않았다. 타다를 한번 경험한 고객은 좀처럼 떠나지를 않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멋쟁이 사자처럼의 이두희 대표는 140회 이상 타다를 이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타다의 찐팬이 되고 알아서 소문내기 시작한다.
요즘에는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모든 브랜드가 찐팬 구축하기에 정신없다. 우리 브랜드의 비전을 공감해주고 응원해주는 그런 찐팬 말이다. 내 목표도 일 년 안에 찐팬 1천 명을 확보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겨우 1천 명..?이라고 하겠지만, 생각해 보자. 내가 어떤 상품/서비스를 출시해도 (좋든 나쁘든) 피드백을 주고, 같이 고민할 든든한 지원군이 1천 명이나 있는 것이다. 우리 브랜드의 성공을 응원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대표의 자리는 무겁고 또 무겁다
영화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타다 라이트와 대리 서비스 출시가 가까워진다. 미리 대비를 하라던 이슈가 제대로 핸들링이 되지 않으며 대표 입장에서 완벽한 서비스로 출시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다. 디데이가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타다 대표의 표정을 보니 마치 내가 저 대표가 된 것처럼 너무 힘들었다. 시간은 흐르는데 계획했던 퀄리티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진짜 울고 싶을 것 같았다.(사실 보면서 조금 눈물이 났다)
혁신을 하라고 한다.
하지만 기존 세대에게 절대적으로 피해는 주지 않는 선이라고 한다. 그들은 피해가 아닌 융합과 소통으로 타협하길 원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게 된다. 우리는 어떤 속도를 존중하고 살아가야 할까. 기존? 아니면 미래?
어렵고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속도가 어디쯤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