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쓸모

볕드는 심리상담실

by 하계의 이난나



믿음직한 사람과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면 힐링 되는 경험, 하신 적 있으세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시며, 분위기 좋은 공간이나 경치 좋은 곳에서 와글 와글 시끌시끌 떠들 때 아무 걱정도, 고민도 없이 그저 그곳에서 즐거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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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실은 '대화'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요.^,^


저는 누군가 저에게 대화를 청하면 언제나 어느 정도는 긴장감을 느낍니다.

직업인으로서 취하는 마음의 준비 라고 할까요?


저에게는 이 긴장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정작 상대는 저와 대화하기를 원한 이유가 글이나 모습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때문이어서, '수다'까지는 아니어도 '편안한 대화'를 원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저의 공간을 알게 되면 한 번쯤 놀러 오고 싶은 마음과도 비슷한 거라 여겨져요.


저도 상담자로서 비용을 지불 받지 않은 상태의 대화이면 되도록 에너지를 덜 들이고 그저 편안히 이야기 듣고 제 말도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저 자신도 그렇듯이 내가 굳이 시간을 내달라 청하는 상대는 '아무나'가 아니기에 일정한 '기대'가 있기 마련이라고 여깁니다.


그 기대는 대화를 통해 '내가 의논하려 했던 주제가 해결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느꼈으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을 짐작하고 저는 긴장을 놓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만 정작 상담을 시작한 건 아니어서 조심스럽고, 그렇다 보니 결국 끝까지 편안할 수 없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대화는 편안함과 긴장 가운데 어디쯤에서 어정쩡한 결말을 맞기도 하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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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도 매우 외향적인 사람이고 한때는 꽤나 수다쟁이였지만, 상담 일을 많이 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언젠가부터 누군가를 만나 수다 떠는 일은 일 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이고, 전화로 얘기 나누는 것도 3분을 넘기지 않게 되어갑니다.


매일 내담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내담자께 더 필요한 말을 하느라 저의 말은 점점 축약 되어가고 일상에서 하는 말도 단순해져 갑니다.


살면서 자주 만나 개인적인 이야기 나눌 사람이 거의 없는 건 조금 외롭고, 단조롭기는 하지요.


제가 좀 더 깊어지면 굳이 단순해지지 않아도 이쪽 저쪽이 다 자연스럽고 넉넉해질까요?


그러나 저는 아직 상담자라는 정체성으로 만나 얘기 나눌 때 가장 좋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 그들이 되고자 하는 존재가 이미 된 것처럼 대하라.
그러면 당신은 그들을 그들이 원하는 존재가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괴테(Goe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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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이야기로 돌아가서, 상담실에 오신 분께 자주 듣는 말 중에는 수다에 대한 다른 마음이 있습니다.


"친구랑 수다를 떨어도 집에 올 때는 헛헛하기만 해요."


"여자들은 수다로 털어버린다고 하던데 저는 남자라 그런지 그게 잘 안돼요."


"말이 많은 편이라 회사에선 밝게 웃고 많이 떠드는 분위기 메이커인데 집에 오면 기진맥진해서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수다가 힐링 되고 좋은가 하면 어째서 어떤 사람에겐 이렇게 헛된 걸까요?


제 생각에, 우리가 누군가와 만나서 말을 하고 듣고 반응하려면 그만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마음이 힘들 때는 복잡한 생각이나 아픈 감정을 견디고 지탱하느라 마음의 연료를 다 써버려서,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들 기력도 남아있지 않아 그런가 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정말 하고 싶은, 혹은 해버려야 할 말은 다른 것이라서, 그런데 수다로 떠드는 말들은 '바로 그 말이 아니라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그럴 때 마음먹고 찾는 대상은 바로 '정말 하고 싶은 그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걸 기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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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으되 이완하라!


제가 참 좋아하는 말입니다.


상담실에서는 주로 대화가 이루어지지만, 때로는 가벼운 수다가 필요한 순간도 있어요.

저와 함께 하는 대화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더 편안해지고 때로는 기꺼이 수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저는 긴장을 놓지 않되 그 순간 가장 편안한 대상이 되어 드리고자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어떤 상태에서 어떤 역할로 만나든지 깨어있으되 편안하게 대할 수 있기를, 저 자신과, 저와 대화하는 분이 그렇게 자유롭기를 축복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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