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드는 심리상담실
상담을 해오면서, 내담자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무엇보다 행복한 일입니다.
상담 과정에서 내담자의 변화는 여러 신호로 느껴지기 마련이고, 때로는 성장하는 모습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중에서 제가 내담자의 변화 또는 성장의 신호를 가장 크게 느끼는 때는, '고마움'을 느끼고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고마움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거 아닌가?'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뜻밖에 우리는 마음이 버티기 어려운 상태에 있을 때는 주변의 도움이나 친절에 '고맙다'라고 말할 줄은 알아도 진정 '고마움'을 느끼고 고마운 대상에게 그 마음을 전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내담자께서 저에게, 또는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 것을 드러내면 저는 드디어 그분의 마음에 움튼 '치유의 싹'이 곧 꽃을 피울 것을 짐작하게 됩니다.
배우 윤여정 씨가 그런 말씀을 하셨지요, "이제 감사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라고.
이 대배우는 자신의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나이가 들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인 양 겸손하게 말씀하시지만, 사실 그냥 나이 든다고 누구나 감사하게 되는 건 아닌듯해요.
오히려 나이 듦과 함께 자신의 아집이 더 단단해지거나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감사할 줄 모른다'라며 노년을 우울한 심정으로 무겁게 보내시는 걸 적지 않게 보게 됩니다.
제 생각에 우리가 고마운 것을 고맙게 느낄 수 있으려면 기본적인 마음의 힘이 필요한 것 같아요.
여기서 '마음의 힘'이란 생활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는 혼자, 또는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처리할 수 있고, 때로 버거운 사건을 만났을 때에 일 자체는 당장 해결할 수 없다 해도 자신을 스스로 돌보고 위로하고 지지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힘도 잃어버린 때는, 대개 깊이 우울하거나, 많이 불안한 상태일겁니다.
이런 마음의 상태와, 더불어 '고마움'을 느끼는 능력을 회복하려면 자신의 마음 깊이 박혀있는 슬픔, 외로움, 공허감 같은 심정을 만나 위로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심정들로 인해 올라오는 2차 정서라 할 수 있는 억울함, 반감, 분노감도 충분히 덜어져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위로되고 덜어지고 난 공간에 비로소 고마움이 깃들 수 있게 되고, 감사하는 마음이 회복되면 그때부터 미운 대상을 용서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 느끼거나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용서를 구할 수도 있게 되기도 하고, 나아가 누군가의 잘 됨을 축복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감사함'은 마음이 더 커지고 너그러워질 수 있다는 증거이자 좋은 일을 끌어당기는 시작점이고, 우리가 다른 대상들을 껴안거나 가진 것을 나누는 능력도 발휘하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마음의 힘임을 느끼곤 합니다.
이쯤 되니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아요^.^
오늘은 무엇에 고마움을 느끼셨나요?
참 좋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