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드는 심리상담실
*사례의 예는 내담자 경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색된 글입니다.
상담실 장면 1.
상담실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 "오늘 예약 가능한가요?"
일정은 다 차있지만, 사유를 물어보니 아내가 백화점에서 공황발작을 일으켰는데 병원은 죽어도 싫다 하고, 그나마 상담실은 가보겠다고 해서 당장 올 수 있길 바란다고 합니다.
일정의 끝에 한 시간을 더 잡아 만나본 그녀는 오래전부터 몸에 전환증(마음에서 비롯된 몸의 증상)이 여럿 와서 고생하다가 이미 6년 전에 공황증상인 것 같으니 신경정신과에 가보라는 의사의 제안을 받았지만 무시하고 그냥 버티던 중이었습니다.
"어떻게 견디고 살았느냐"라고 묻자, 사이버대학교에서 상담 심리 공부를 하며 자기를 이해해 보고자 노력했다고 해요.
"그 노력으로 어떤 결과를 얻었냐"라는 질문에는,"결국 내가 겪는 일이니까 나 혼자 견뎌야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상담실 장면 2.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부부 상담을 받고 싶다며 찾아온 내담자 부부.
몇 회기 진행하면서 보니, 두 사람은 서로의 다른 생각을 이해하려는 의도가 어느 부부보다 커 보였어요.
사실, 이 부부의 근심은 따로 있었는데, 이미 성인이 된 큰 딸이 오랜 우울과 불안증세로 아기처럼 위태롭게 부모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어요.
이 부분에 대해 아내분과 개인상담을 통해 의논했을 때, 자신이 아이를 이해해 보기 위해 대학원에서 상담 심리를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하며, 상담자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자신이 심리를 이해한다는 사실 때문에 상담자가 '편견을 가지거나 긴장할까 봐' 말하기가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공부를 해서 어떤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하는 질문에, 그녀는 "아이가 왜 그렇게까지 하게 되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지만, 정작 아이의 행동을 멈추도록 도울 수는 없었다"라고 했습니다.
상담실 장면 3.
전화로 상담문의가 왔습니다.
저의 상담실과 연계된 협회에서 지원해 주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상담 과정을 신청하고 싶은데, '상담사'도 참여 가능한지 물어보십니다.
복지 기관에서 근무하시는 분으로, 기관에서 후원하는 청소년 아이들의 사례를 관리하고, 아이들을 만나기도 하시는 분이었어요.
그 선생님은 상담을 신청하면서,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여 '상담사'로서 일하면서 자기 마음도 관리 못하는 자신이 '창피하다'라고 했습니다.
세 분의 공통점은 자신을 포함해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 보고자 심리학 공부를 하신 데 있습니다.
그리고, 공부로 사람 마음의 작동 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는 했지만 그걸로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우선 단순하게 비유하자면, 축구를 잘 하려면 축구공을 들고나가서 숨 가쁘게 뛰고, 몇 번은 굴러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 '축구 개론서'를 읽는다고 되는 게 아니듯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편안해지는 데는 스스로 이야기하고, 살펴보고, 울고 웃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아픈 시간을 오래 보낸 지적인 많은 분들이 여러 가지 심리학 관련 책을 읽으며, 때로는 강좌를 들으며 견디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고, 때로는 이런 노력만으로도 자신을 성찰하고 힘을 얻으시는 경우도 많아서 좋은 책들과 다양한 강의로 보다 마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심리와 정신 기능에 대해 상식적인 공감대가 만들어져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아무리 머리로 이해하고 반복적으로 배워도 몸이 반응하고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런 순간과 아픔이 있는 법이고, 다른 일에는 통했던 나름의 방법과 전략이 '들어먹히지' 않는 일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아무리 심리학을 배워도 나아지지 않는 것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은 각자 다른 경험과, 생각과, 느낌을 간직한 고유한 '온 우주'이기 때문입니다.
위에 예시로 든 세가지 사례는 제가 만난 분들 중 여러 경우를 조금 각색하여 이야기해 보았어요.
세분중에는 오래 버티며 아프게만 견디던 자신의 마음을 드디어 열어봐주고, 돌봐주는 시간을 상담을 통해 찬찬히 가지면서 편안해지신 분도 있고, 병원에 꼭 가셔야 하지만 거부하신 분도 있지요.
어떤 선택이든 저는 나름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러나 간곡하게 제가 나누고자 하는 바를 전하고 헤어졌어요.
그리고, 저의 기억이 닿는 한 그분이 자신을 돕게 되길 기도합니다.
상담실에서는 이렇게 남과는 다른 내 마음을 찬찬히 살피고, 드러내고, 어루만지며 나만의 느낌을 느끼고, 나만의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함께 해서, 자기 마음이 바라는 바를 이룹니다.
이제껏 써왔던 나름의 방법들에 더해 머리로 하는 '마음공부'가 벽에 부딪쳐있다면, 상담실에 오셔서 '나만의 마음'을 들여다 봐주세요.
"어쩌면 내 마음은,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온전히 나의 '그것'을 깊고 고요한 눈으로 들여다봐주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