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말은 얼마나 무의식적인가

by 하계의 이난나


어떤 사람들은 상담실에서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순간, 순간에 잘 준비되고, 짜인, 또는 정리된 말을 해야만 상담이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한 시간에 할 이야기를 준비하곤 한다.

자기의 시간을 귀하게 쓰려는 그 마음은 귀하고, 준비해서 자신이 투자한 시간에 성과를 내려는 그 태도도 중요하다.


그러나 정작 상담은, 준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게다가 혼자 아무리 준비해도, 상담자라는 대상의 반응에 따라 조절되어 가기 마련이다.

또한 준비를 했든, 안 했든, 사실 대화는 그때, 그때의 마음결에 따라 흐를 때 가장 자연스럽고, 준비된 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 올라오는 반응은 그제야 상담시간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현상은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흐르는 과정과도, 궁극적으로는 삶의 과정과도 그 이치가 같지 싶다.



"저는 남편에 비해 너무나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조사 잘 받고 오겠습니다."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며, 자신을 아끼는 누군가에게 마치 개인적으로 하는 말인양 하는 저 말은 사실 오랫동안 준비해 둔 말임이 분명하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자신의 명운이 달린 일 앞에서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중요하디 중요하니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의식적으로 준비하고 또 준비해도 결국 말은, 중요한 순간에 하는 것일수록 너무나 무의식적이기 마련이다.


그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2년 반동안, 누구나 보게 된바 그는 센터 본능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이 중심이 되고자 했다.


알다시피, 자신이 이미 가진 것에 더해 더 높고, 더 많고, 더 중심적인 것을 가져서 자신이 다 휘두를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 의심 가는 면이 참 많았던 사람의 말답게 모순적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말은 그가 자기의 깊은 속내를 감추고 대중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기를 바라는가가 느껴지지만, 애석하게도 그가 바라듯 자신이 정말 겸손하고 겸허한 사람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이미 수많은 행동과 태도로 보여온 속내를 더 도드라지게 하며 동시에 위선적인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말에 다름 아니다.


때로 우리는 누군가가 자기 주변사람을 지속적으로 비난하면, 비난하는 바로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보게 되곤 하는데- 곧 비난하는 그가 비난당하는 바로 그 사람과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는 것을 뜻하지 않게 눈치채게 되는 경우가 꽤 있다.


이렇듯 마음은, 말로 드러난다.

특히나 중요한 순간에 하는 말은 준비를 아무리 해도, 설사 전혀 하지 않아도 자기 안의 무의식을 투명하게 드러내어 보여주곤 한다.


그러니 내 말이 곧 나, 내가 보이기를 바라는 나가 아니라 어쩌면 감추고 싶은 나일수도 있다는 걸 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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