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홀로 별을 보고 있다

죽음을 품은 삶, 모두 떠나고 없어도 별은 그 자리에

by 하계의 이난나


낙동강가 모래 둔 지 근처 땅에는 땅콩밭이 있었다.

우리는 아주 가끔, 그 땅콩밭에 가서 놀았다.

강가에 사는 아이들이었는데, 어째서 강에는 안 갔을까?

그러고 보니 내가 안 간 거고, 언니는 자주 갔었던 것 같다.

국민학교 6학년이던 언니가 동네 아이들을 이끌고 강에 가서 물놀이하며 놀다가 아이들이 빠져 죽을뻔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언니는 정말이지 개구쟁이였다.

나는 겁이 많은 데다 물이라고는 지금도 싫어해서, 강가에는 가자고 해도 안 갔을 수도 있겠다.

여하튼 어쩌다 강가에 가게 되면, 땅콩밭에서 살살 서리를 해서 먹었다.

집에 오는 길에 서리한 땅콩이 주머니에 남아있으면 안 되니까 집까지 걸어서 아이 걸음으로 삼십여분을, 날땅콩을 속껍질까지 까서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심정으로, 그래도 맛나게 먹었다.



별빛은, 웬만큼 흐린 날도 빛나곤 했다.

하늘이 어두워도 찬찬히 보고 있으면 어느 한쪽에서 반짝, 빛이 보이고 거기를 응시하면 별빛은 점점 크게 보이면서 이윽고 흐린 하늘이 무색하게 별빛이 환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아버지가 술이 취해 주폭이 심한 날은 여지없이 삼 남매가 쫓겨나 방문 앞에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 별을 올려다보곤 했다.

시멘트로 바른 청마루는 엉덩이가 시렸다.

추운 겨울날, 아버지의 주폭은 계절을 가리는 게 아니니까 우리는 그날도 앉아서 아버지가 잠들기를 바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은 참 예쁘지도 하지.

저마다 반짝이는 데다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찾아보면 북극성, 처녀자리, 궁수자리, 이런저런 별자리가 이어져 어떤 모양이 갖춰지곤 해서 지식과 경험의 즉각적인 콜라보랄까?

우리는 뿌듯해지곤 했다.


우리는 어서 자라서 여기를 떠나자.

저 별만큼 빛나지는 못해도, 여기에서 날들처럼 어둡지는 않을 거야.


우리는 말없이, 그런 말을 주고받았다.

멀리 하늘이 아닌 땅에서,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빛이 꼬리를 물며 지나갔다. 기차였다.



우리는 저 기차를 타고, 저렇게 환한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떠날 거야.

그리고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곳은 저렇게 환한 불빛이 늘 밝혀져 있을 테고 나는 별처럼 빛나게 살아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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