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정글이다
6년 전, 처음 브런치작가 신청을 했을 때는 정말이지 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상담실 운영에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일차원적인 생각으로 지원을 했고, 이후에도 같은 마음으로 지원했더니 또 떨어졌다.
세 번째 작가신청은, 상담자로서 글 말고 '나'로서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하게 되었다.
그래보라고, 이번에는 브런치가 문을 열어주었다.
브런치 세상에 발을 들이면 내 마음속 이야기를 가감 없이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마음만 내리 파다가 몸건강을 놓친 사람입니다, 하는 고백부터 아프고 보니 그동안 안다고 여겼던 세상 이치가 실은 모르는 세상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는 진심까지, 두루 이야기하면 속도 시원하고, 읽어주는 사람들도 꽤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열린 문안에 들어와 보니 이 문 안 세상도 결국, 내가 살던 세상하고 다르지 않았다.
살면서 자주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세상에는 뛰어난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내로라하는 명성을 얻은 사람도 많지만 재야의 고수들도 참 많이 만나게 된다.
꼭 고수가 아니어도, 자기 일을 꾸준히, 묵묵히 맡은 바를 진심으로 해나가는 사람들.
재주꾼도 많다.
와, 이런 걸 다 하는구나!
경탄하게 되는 어떤 사람들의 창의성은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이렇듯 특별하지 않아도, 평범한 듯 무심한 듯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들은 또 어떤가.
사실, 산다는 건 결국 일상적인 것이기도 하다.
하루를 잘 살아가는 것이 곧
삶을 잘 꾸리는 게 되는 걸 텐데,
주변을 둘러보면
작은 일에 기뻐하며, 마주치는 타인에게 친절하고
순하게 살아가는 이웃도 많다.
이렇듯 세상은 한 사람 한 사람 귀한 존재로 가득 차있고, 그중에서 특별히 뛰어난 사람, 눈에 띄는 사람,
사람들에게 영향과 자극을 주고
선한 기여를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브런치도 그렇다, 는 걸 느낀다.
사실, 딱히 다를 거라 여긴 건 아니지만,
내가 여전히 내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구석이 남아 있었던가보다.
여기 들어오면 좀 더 자유로울 거라 기대한 건 어쩌면 그동안 글을 써온 블로그 세상에서,
나라는 개인의 이면을 다 드러내기에는 상담실 운영이라는 중요성이 너무 컸던 게 한몫을 한다.
푸념도 하고 투정도 부리고 힘들다고, 아프다고 내색도 하고 싶은
진짜 나의 마음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던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세상에서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다.
막상 들어와 보니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 거다.
아니,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엄청난 필력으로 한 편의 글을 거의 질적논문에 가깝게 쓰는 분들과는 비교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소소한 일상 속 마음을 꺼내어 펼쳐 보이는
수많은 작가들의 글힘 앞에서
아마 나는 압도당한 것 같다.
게다가, 내가 첫 글을 띄우자마자 찾아와서 빛의 속도로 구독을 눌러준 고마운 분들이
정작 내 글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사실과
멤버십, 응원 등 능력치와 공감적 반응의 콜라보적 구성 앞에서
아하! 브런치의 생리를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도 나의 기질이자 환경이 부여한 경쟁심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지만,
한편으로는 더 이상 경쟁할 에너지가 '달리는' 나로서는
눈에 띄지도 않을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무력감이 엄습을 하는 거다.
그럼 이제 어쩔 건가.
눈에 띄지 않을 글이니 더 자유롭게,
더 속내를 부담 없이 드러내어 써도 좋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한다.
아무도 안 보면 어때.
나는 내 마음을 드러내어 써보고 싶었던 거니까
어쩌면 더 잘된 일인지도 모르잖아!
하는 생각이, 머리 한쪽에서 솟아난다.
그렇다고 내가 더 솔직해질 수 있을까?
글이 진솔하다는 건 어디까지일까.
나는 브런치세상에서, 다시 한번
조절과 균형을 경험해 나가는 중인 듯하다.
게다가, 내마음에 있었던 말들이
다른사람의 글에서 읽힐때면
나는 그저 고맙고, 살만한 세상이구나.
안온한 마음이 되니
내가 못써도 누군가가 써주는 진실에
나는 내가 브런치세상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꺼운 마음이 되곤 한다.
그러니 정글은 위험한 곳이 아니라
삶이 그렇듯, 한치앞을 알수없음이 당연하고
그래서 나아가볼만한 공간이 된다.
브런치야, 너마저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