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내가 알지요

볕드는 심리상담실

by 하계의 이난나




인생은 존재의 광활함을 경험하고 알아가는 것이다

박노해



누구나 마음 가장자리쯤 어딘가에, 어떤 한정을 담은 단지 하나를 품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유리병처럼 투명해서, 한정 자체는 보이지 않지만 '나는 이래',' 이런 사람이야', '이게 나야' 등, 자신에 대해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는.... 질량과 부피와 크기는 다르지만 살면서 경험한 좌절이나 포기만큼 조금씩 쌓여온 제각각의 한정들.





얼마 전, 한 주 동안 여러 명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해석해드린 일이 있었어요.

열심히 한 삶을 살아와서 이제 지천명을 맞이한 분들이었지요.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은 무얼까요?

나의 쉰이 넘으면 하늘의 뜻을 알아야, 또는 알게 된다는 말씀의 뜻을 먼저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누구든지 살아온 그만큼, 스스로 앞일을 헤아리는 지혜가 커지거나 불가피하게 닥친 일을 받아들이는 겸허함이 있는 사람의 상태가 아닐까, 하고 멋대로 생각해 봤어요.


이번에 만난 분들과 대화하면서, 한없이 넓어 보이는 말인 지천명과 언뜻 옹졸하게 느껴지는 한정, 그 모순과 대립의 느낌이 결국 한 가지, 마음에서 나온 거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른들 중에는 아프면서도 병원을 안 가시고, 의사한테 보여보자는 자식의 말에 "내 병은 내가 알아!" 하고 고집하는 분들이 계시지요.


이럴 때, 자식들은 답답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어서 속상하고요.


사실, 병에 대해선 의사가 잘 알 법한데도 '내 몸이니 내가 안다'고 하는 건, 나의 것인 이 고통, 아픔을 내가 누구보다 잘 느낀다는 뜻인듯해요.


그러나 잘 느낀다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닐 텐데도 내가 느끼는 만큼 나의 고통을 못 느끼는 누군가(곧 전문가)가 낫게 할 턱이 없다고 여기는 마음이 있지 싶어요.


상담실에서도, 그런 분들을 가끔 만나곤 합니다.



"내 마음은 내가 알아요."



물론입니다, 그렇고말고요.


당신의 고통은 당신만이 알고, 당신의 경험, 당신의 삶은 결국 당신만의 것이지요.


그러니 '누가 내 아픔을 알겠어, 누가 내 마음을 알겠어.' 어쩌면 그 마음은 당연하면서도, 앞서 몸의 병에 대한 생각처럼 사실은 '내 아픔을, 내 마음을 누가 온전히 헤아리고 돌봐줄 수 있을까, 결국 나만의 것이니, 내가 견디는 거지' 하고 누군가와 나누거나 덜고자 하는 바람이나 기대를 접은, 한정된 마음은 아닐까, 짐작해 보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혼자만 아는 (안다고 여기는) 나의 마음은 자신이 느끼는 고통이나 아픔을 덜 느끼거나 안 느낄 수 있도록 다른 걸로 대체한다는 뜻이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는 건 아닐 테니까요.


물론 사람 중에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은 굳이 자기 마음 자기가 안다고 하기보다는, 스스로 편안해지는 방법을 찾아보고 활용하려고 해요.

그마저 역부족일 땐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를 찾아, 합당한 돌봄을 받거나 스스로를 돕습니다.





'내 마음은 나 밖에 모른다'는 말은 그래서 참 외로운 말이네요.


오랫동안 아픈 마음을 견디면서도 이 마음이 괜찮아지거나, 회복되도록 기회를 만날 수 없을 거라 여긴 묵혀둔, 갇히고, 닫힌, 그래서 쓸쓸한 마음의 말인 것이지요.


그나마 상담실에 와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그나마 참 다행이지요?


상담자 앞에서 냉소적으로 꺼낸 그 말을 시작으로, 자신에 대해 얘기해 보게 되고, 그렇게 얘기해나가는 동안 스스로, 그리고 도움을 받아 자신의 아픔을 덜 느끼도록 풀어내고, 자신의 마음을 더 헤아리면서


스스로를 정말로 도울 수 있게 될 테니까요.





그러니 '나만이 안다'는 마음을 '다른 사람과 함께 더 알아보자'로 다시 먹어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나만 알던 나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헤아려질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도 헤아리고, 함께 편안하게 통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존재의 광활함, 그것을 알아간다는 말은 언뜻 너무 심오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내 마음 안에 갇혀서 그게 다라고 믿는 한정에서 빠져나와, 다른 이의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시야를 넓히는 데서 한걸음 나아가는 거 아닐까요?


결국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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