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 왜 그러세요?"

볕드는 심리상담실

by 하계의 이난나


"알면서 왜 그러세요?"


얼마 전, 제가 수퍼바이저 선생님께 들었던 말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함께 오신 부부 중 남편분이 제게 하신 말이기도 하지요.

같은 말이지만, 이 두 분의 말은 매우 큰 차이가 있어서 나름대로 정리해봅니다.




몇 해 전, 결혼생활 10년 차인 부부가 상담실에 처음 오셨어요.

아내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이 깊어 말의 마디마디마다 눈물을 흘리는데,

남편은 난감하고 착잡한 얼굴로 민망함을 어쩌지 못하는 표정이었어요.


먼저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혼을 하게 된 시작부터 아내는

너무 많은 걸 희생해서 지쳐왔지만 남편이 그 마음을 몰라주며,

남편이 이 자리(상담실)에 온 것도 사실 놀라운 일인데, 평소


'상담은 점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나 자신은 내가 잘 알지 책으로 배운

심리학자가 뭘 아냐, 설사 안다고 해도

누가 알아주는 건 의존만 될 뿐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 당신도 정신 차려라'


라고 말해왔다고 해요.


아내가 그렇게 말하자 남편은 손사래를 치며 자신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왔는데,

그 몇 해 전 데이트하다가 우연히 들어간 역술원에서 들었던 말이 남편에게 '와닿아서',

자신이 그렇게 무턱대고 의심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로서 이야기해 준 내용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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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도 평소 나름대로는 이성적, 합리적으로 말하느라

아내의 힘듦을 공감하지 못하고 훈수만 두는 남편의 태도에 대해

아내가 원망 섞인 토로를 하자 역술인이 아내에게,


"이 사람은 타고난 천성이 그런 거라

본인도 어쩌지 못하는 걸 원망만 하면

더 힘들어지지 않겠어요?

못 바꾸는 건 인정하고 자기가 바라는 걸

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줄 아셔야지"


라고 했대요.


그 말이 남편은 후련하면서, 한편 자신이 '원래 타고난 합리주의자'라고

해주는 것 같아서 이해받는 느낌이었다고 해요.


그런 남편에게 제가 심리 상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냐 묻자,

"'심리전'에 강할 테니 주식투자하면 잘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죠"라고 대답하십니다.


심리검사를 해석 받으면서 남편은 자신보다 아내의 상태가 안 좋으니

상담받아서 좀 좋아지면 좋겠다고 강조합니다.



어쩌면 남편분은
감정보다는 이성이, 마음 씀보다는
합리적인 판단이 살아가는데 훨씬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고 믿기에,
아내처럼 소중한 사람의 힘듦을
공감하지 못하고
충고만 하게 되는 듯 보였는데

그럼에도 정작, 자신의 입장에서 말해주는
역술인의 공감적인 말에
크게 감동한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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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 자신이 힘들다고, 우울하다고 느끼고

그걸 드러내는 사람은 치료실에 오기도 하고

상담을 받으면서 편해지기도 더욱 수월하게 합니다.


자신이 '정상'이라고, 자신에 대해 다 안다고, 그러니 도움이 필요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파트너의 손에 이끌려 와서도 자신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증명하는데

귀한 상담 시간을 다 써버리곤 합니다.

자신을 '합리주의자'라고 여기는 남편처럼 말이에요.



"그럼 주희 샘은 다 알면서 왜 그러세요?"


저의 수퍼바이저는, 제가 사례에 대해 설명하는 걸 유심히 들으시다가 문득 질문하셨어요.

그 바람에 퍼뜩 정신이 들었지요. 제가 선생님께 줄줄줄 설명하면서 한 말 중에 대부분이

'제가 이걸 알아서 했고, 저건 생각해 봤고, 요건 적용한 거고...아이고 나 잘났어요^^'

그러면서 설명을 하니 선생님께서를 찌르신 거지요.


진정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안다고 여기는 것보다,

자신이 정말 뭘 모르는지 아는 사람일 겁니다.


저나 그 남편이나, 안다고 생각하는 바로 거기에

자신을 잘 살피고 돌볼 필요가 있는 구석

숨어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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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담이지만, 실제로 미국의 투자자인 Alexander Elder는,

<주식투자 성공의 대원칙>으로

1. 주식 기법(Method)

2. 자금 관리(Money)

3. 심리 관리(Mind)

세 가지를 꼽는다고 해요.ㅎ


제가 만약 주식투자에 성공한다면, 그건 심리전에 능해서보다는

'심리 관리'를 보다 해낼 수 있기 때문일 테지만,

아직 저는 주식에 입문하려면 "내가 좀 안다"라는

자만부터 내려놓아야 할듯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걸 알고, 또 모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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