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담다 May 02. 2023

손편지-추억다섯

백일동안 사랑했었지-이제 와서.


글쓰기 수업 교수님의 과제 덕분이에요.

당신 편지를 다시 집어 들게 된 거 말이지요.

서랍 속 물건을 하나의 소재로 5 단락 글을 쓰라고 하더군요.


당신 편지들은 내 서랍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죠.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결혼 초 나의 추억들에 관하여 너무나 관심이 많더군요.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답니다.

다 불태워 버렸다는... 참 바보 같았지요.

다행인 것은 몇 장의 편지는 지금도 서랍 안에서 내손에 다시 펼쳐질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지요.


정확히 25년 만이네요.

당신이 그토록 부르던 철없던 그녀... 당신!

가난이 너무나 싫었던 그때 그녀는 참 바보였다는 걸 당신을 떠나보내면서 알게 되었지요.


눈물로 보내는 날이 늘어갈수록 당신의 편지는 나의 안식처였다는 거 아세요?


나의 스무 살 언덕 행복했던 추억이 가시밭 같았던 인생길에 나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는 거 아세요?


힘들었던 순간들은 나를 지독한 외로움으로

내몰았었죠.

쉽사리 잊히지 않을 가시밭길에, 행복했던 순간들이 기억 속에 남아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답니다.


정서적 안녕과 정신적 안녕이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아 버렸다지요.


이제 와서...


누구나 

흔한 편지라서,

그 시절 켜켜이 쌓여 가는...

당신이 우표도 붙이지 않은 편지를 

100일 동안 매일 새벽

대문 앞에 놓고 뒤돌아서 가는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답니다.



사랑합니다! 이 한마디가 그토록 어려웠던가 봅니다.


사랑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을 주는 것이다.

사랑을 주는 것이 사랑받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때의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나 봅니다.



저의 스무 살쯤엔 알지 못했답니다.


이제 와서...


25년 전 한 번도 써 내려가지 못했던 당신의 편지에 대한 답장을 이제 써보려 합니다.


우린 봄날 석촌호수 잔디밭에 앉아 처음 손을 잡았던 거 아세요?

사랑이라는 단어는 설렘이 함께 해야 하는 거잖아요.


처음 손을 잡던 그날 설레었었나요?



-문득 편지를 펼치다가-

작가의 이전글 손편지-추억넷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