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동안 사랑했었지-이제 와서.
글쓰기 수업 교수님의 과제 덕분이에요.
당신 편지를 다시 집어 들게 된 거 말이지요.
서랍 속 물건을 하나의 소재로 5 단락 글을 쓰라고 하더군요.
당신 편지들은 내 서랍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죠.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결혼 초 나의 추억들에 관하여 너무나 관심이 많더군요.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답니다.
다 불태워 버렸다는... 참 바보 같았지요.
다행인 것은 몇 장의 편지는 지금도 서랍 안에서 내손에 다시 펼쳐질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지요.
정확히 25년 만이네요.
당신이 그토록 부르던 철없던 그녀... 당신!
가난이 너무나 싫었던 그때 그녀는 참 바보였다는 걸 당신을 떠나보내면서 알게 되었지요.
눈물로 보내는 날이 늘어갈수록 당신의 편지는 나의 안식처였다는 거 아세요?
나의 스무 살 언덕 행복했던 추억이 가시밭 같았던 인생길에 나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는 거 아세요?
힘들었던 순간들은 나를 지독한 외로움으로
내몰았었죠.
쉽사리 잊히지 않을 가시밭길에, 행복했던 순간들이 기억 속에 남아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답니다.
정서적 안녕과 정신적 안녕이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아 버렸다지요.
이제 와서...
누구나
흔한 편지라서,
그 시절 켜켜이 쌓여 가는...
당신이 우표도 붙이지 않은 편지를
100일 동안 매일 새벽
대문 앞에 놓고 뒤돌아서 가는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답니다.
사랑합니다! 이 한마디가 그토록 어려웠던가 봅니다.
사랑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을 주는 것이다.
사랑을 주는 것이 사랑받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때의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나 봅니다.
저의 스무 살쯤엔 알지 못했답니다.
이제 와서...
25년 전 한 번도 써 내려가지 못했던 당신의 편지에 대한 답장을 이제 써보려 합니다.
우린 봄날 석촌호수 잔디밭에 앉아 처음 손을 잡았던 거 아세요?
사랑이라는 단어는 설렘이 함께 해야 하는 거잖아요.
처음 손을 잡던 그날 설레었었나요?
-문득 편지를 펼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