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얼마나 다른 언어를 쓰는지.

같은 마음이지만,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다.

by 으네다

이런 일이 있었다. 당신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만나고 4개월 즈음 지나서였던 것 같다. 내가 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던 어느 날 아침. 지하철에서 당신에게 나는 긴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우리는 일주일 넘게 보지 못했고 당신은 꽤나 바쁜 상황이었다. 그날 내가 보낸 카톡의 문장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일주일 내 야근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 있어요. 오늘도 일찍 출근하느라 힘들죠? 그래도 늘 열심히 하는 모습 대단하고 멋져요! 힘들지만 커피 한 잔 하면서 파이팅해요 + 애정을 가득 담은 말들 ]


이 카톡을 읽은 당신의 답은 이러했다. (이 부분은 정확히 기억이 난다)


[ 응, 고마워요 ]


나는 당신의 답장을 받고 마음이 심란해졌고 그 감정은 꽤나 극단적으로 치닫았다. 돌이켜 생각하면 얼마나 황당한 답변인지 당신 입장에서는 봉변을 당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나는 회사에 도착할 즈음 답장을 보냈다.


[ 우리 생각할 시간을 가져요.]


당신은 그 글을 읽고 (1이 사라지는 걸 내 눈으로 계속해서 지켜봤던 것 같다) 바로 전화가 왔다. 갑작스러운 이 말이 무엇이며, 왜 그러는지 만나서 얘기하자는 이야기를 우리는 나눴다.


나는 연애 경험치가 부족한 사람이었다. 당신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아니, 누구라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당신에게 보낸 긴 장문의 응원 카톡에는 사실 만나지 못해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고. 그럼에도 당신을 이해하고 있으니 내게도 애정표현 가득한 말을 해달라는 나의 마음이 숨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기대를 뒤로하고 온 카톡엔 달랑 '응 고마워요' 그 당시 나는 그 카톡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제 마음이 식었나 보다. 어떻게 이렇게 짧게 답할 수가 있지? 나에게도 힘내라는 말이나, 보고 싶다는 말이 적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표현 방식과 당신의 표현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나는 긴 문장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극단적 카톡 사건이 있었던 그날 밤 우리는 만났고, 당신은 내 오해를 풀어주었고 그 일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연애를 하는 중에도 지금 우리의 결혼 생활 가운데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그때처럼 생각할 시간을 갖는 일은 없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이런 거.


치킨을 먹을 때 닭다리 두 개는 늘 내 차지다. 같이 먹자고 아무리 말해도 결국엔 내가 먹게 된다. 그건 당신이 닭다리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좋아해서이다. 좋아하는 닭다리를 내게 양보하는 일은 나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같이 음악을 들을 때, 플레이리스트를 내게 맡기는 건 나의 선곡이 유달리 좋아서가 아니다. 나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주말 이른 아침에 데이트를 하지 않으려고 했던 건, 내가 아침잠이 많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나는 아침잠이 없다. 잠이 많은 당신을 위한 나의 배려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다.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이렇게 다르다. 우리는 서로의 언어 덕분에 좋고, 종종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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