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 & Boat

크로아티아 버스와 보트

by SUKAVIA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이동 방법에 대한 부분이다. 차량을 대여해 여행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혼자서 여행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처음에는 비행기를 타고 지역을 옮겨 다닐 계획이었지만 무슨 연유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버스가 더 낭만적일 것 같았다. 실상은 조금 달랐지만.


이동하는 모든 시간대가 늦은 밤 또는 새벽 시간이었기에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아쉽게도, 없었다.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면서 난 두 번의 장거리 버스를 이용했다. 첫 번째는 도착 첫날 자그레브에서 스플릿으로 이동하는 동안이었고 두 번째는 스플릿에서 두브로브니크로 떠나는 날이었다. 마지막 두브로브니크에서 자그레브로 이동하려는 계획은 비행기로 대체했다. 물론,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자그레브는 둘러보지 못했다.


장거리 이동을 위해 결정한 버스의 선택은 여행 일정을 짜는 데 있어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일정을 버스 도착 시간에 맞춰야 하고, 행여나 버스를 놓치기라도 하게 되면 일정 자체를 수정해야 하기에 버스를 타야 하는 날이 되면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해진다. 게다가 5~6시간은 기본, 때로는 10시간, 마지막 날의 경우 16시간이 넘는 시간을 버스에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 그러나 막상 버스를 타면, 곯아떨어지기 십상이지만...



좋은 점도 있다. 비행기와는 달리 창문이 열린다는 것은 내가 버스를 좋은 가장 큰 이유다. 시시각각 변하는 나의 신체 온도를 맞추기엔 버스만 한 것이 없다.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피곤함도, 길을 잃을까 노심초사하거나 두 갈래 길과 세 갈래 길 사이에서 고민을 할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결정적인 예찬은 바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이동 중간중간 주섬주섬 노트나 수첩을 꺼내 잡다한 감정 표현들을 기록하거나 두서없이 끄적거리기도 한다. 여행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미리 그려보기도 하며 여행 속 또 다른 여행을 가능케 한다. 별 다른 생각 없이 기록한 끄적거림들이 이외의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사실을 그간 여행을 통해 확인하고 검증한 터라, 무의식적으로 버스를 선택해 왔는지 모른다. 혹시라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여행자라면, 크로아티아의 버스 여행도 괜찮은 선택일지 모르겠다.


과거 해양 관련 미디어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하게 되면 언제나 요트나 보트와 관련이 있는 마리나를 찾곤 한다. 해양 강국으로 알려진 크로아티아에서도 마리나 방문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일정 중에 하나였다. 내가 정한 나만의 일정이고 그 누구도 초대한 적은 없었다. 오전부터 내리던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 카메라와 우산을 챙겨 들고 스플릿 북쪽에 위치한 A.C.I 마리나로 향한다. 아득하게 보이는 마스트를 나침반 삼아 걸어본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바다 갈매기 떼의 수를 세 아리며 걷기를 30여 분. 그 사이 짧고 굵게 내린 소나기가 운동화 앞부분을 흠뻑 적셨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신발에선 물줄기가 빠져나간다. 군대 제식 훈련을 하 듯 직각의 각도로 발을 차며 남은 물기를 뽑아냈다. 작은 언덕과 요새처럼 복잡한 입구를 통과하자 드디어 마리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드리아틱 크로아티아 인터내셔널(ADRIATIC CROATIA INTERNATIONAL)이라고 쓰인 간판을 보니,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다. 마리나하면 떠오르는 풍경들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마스트는 하늘 높이 뻗어 있고 요트와 보트를 계류하기 위한 로프들과 앵커, 체인, 로프트 등이 갱어웨이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마리나 데스크와 클럽하우스에는 입항과 출항 준비를 하는 세일러들과 요트맨과 보터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멋진 마리나 레스토랑과 바를 찾은 일반인들의 모습도 쉽게 목격됐다.


"안녕!"
"일본사람? 중국사람?"
"여기는 멤버십 클럽이야, 레스토랑은 옆으로 가면 있어."


까맣게 그을린 피부와 메탈 선글라스를 낀, 강한 영국식 악센트를 구사하는 세일러가 로프를 정리하며 말했다. 아마도 해산물 레스토랑을 찾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한 듯했다. 대화를 이어나갔다.


"안녕!"
"크로아티아 사람? 영국사람?"
"여기가 마리나지. 클럽하우스가 어디지?"


성대모사를 하듯이 비슷한 악센트와 말투로 되물었다. 굽힌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더니 두 손을 탈탈 털고 선글라스를 벗으며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오른손을 바지에 슥슥 닦고는 악수를 청한다. 입구에 설치된 잠금장치를 열어주고 나를 클럽하우스로 안내했다.


Split A.C.I Marina. ⓒ Photo by SUKAVIA


크로아티아 아드리아 해안을 따라 수놓은 셀 수 없이 많은 마리나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특징이 뚜렷하다. 스플릿 A.C.I 마리나는 100피트 이상의 메가 요트를 포함해 700여 척의 요트와 보트를 계류할 수 있는 계류장과 200피트 이상의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는 대형 계류 시설도 보유하고 있어 유럽과 지중해의 크루즈 기항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데 늘어나는 요트와 보트, 크루즈의 수요를 맞추기 위함이라고 그는 말한다. 독(Dock)은 물론 주유시설과 크루즈와 페리를 위한 계류장 공사가 끝나면, 마리나는 구시가지에서 가장 멋진 명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마스터 붐의 수를 세 아리기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요트들이 항구 도시 스플릿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줄 것이고 더욱 많은 워터프런트 레스토랑과 카페테리아들이 들어서 제2의 리바 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마리나 관리자인 그를 통해 크로아티아와 스플릿 마리나에 대한 궁금점들을 해결했다. 마리나를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로 남겨두기로 했다. 떠나기 전 다시 한번 들르기로 약속하고 돌아왔다. 한번 젖어버린 신발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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