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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AVIA Nov 28. 2023

파도

바라만 봐도 좋은 것


꾸따 비치 @ Photo_SUKAVIA



어려서는 저 바다 안에서 참 많이 울고 웃었다. 눈 뜨면 서핑보드 하나 들고 꾸따 해변에서 하루종일 파도를 탔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물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가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체력의 한계를 모르고 해가 질 때까지 파도를 타던 시절은 지났다. 비록 넘실거리는 파도를 타지는 못했지만 그 기분이 어떤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수년 전 우연히 만난 롬복의 비치 바 사장 할아버지가 길리섬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그곳의 공기와 바다, 모든 것들을 알 수 있으니 힘들게 배 타고 갈 것 없이 가장 편안한 비치 바에 앉아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하루하루 길리 섬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던 그 말을 이제야 조금 이해할 것 같다. 바다에 들어가서 파도를 타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뻔 하지만 나 역시 야자수 아래 그늘 아래 부서질 듯 아슬아슬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비치보이 녀석들(*아낙 판타이_Anak Pantai)과 밀린 수다를 떨면서 빈땅을 마신다. 제법 시원하고 제법 즐겁다. 파도를 타지 않고서도...   



                                                                                                                                         - Kuta Beach in B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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