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쭙다

정처 없이 걸어도 서방정토에 닿을까 03

by 서방정

여쭙다



빈 소매 펄렁이며 오른 계단에 숨이 차다

관세음보살께 여쭙는다

이미 잃은 것에 매달린 미련을 어찌 떼어낼까요

즉 설하신다

집착이 고(苦)임을 알아라


아스라진 무릎으로 기어가니 종아리에서 썩은내가 난다

관세음보살께 여쭙는다

영영 잘라내지 못할 고통에서 어찌 벗어날까요

즉 설하신다

고(苦)가 곧 너임을 알아라


발밑에 비가 고여 뇌리가 온통 얼어붙는다

관세음보살께 여쭙는다

제가 죽어갑니다 제가요 이 몸뚱아리가

결국


즉 설하신다

너조차도 없음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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