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절벽에 나아가

정처 없이 걸어도 서방정토에 닿을까 05

by 서방정

절벽에 나아가



비가 퍼붓는 절벽에 나아가

낙산사 홍련암 가는 길


오르락내리락 파도 같은 돌계단 따라

절벽 아래 막상 굽어보면

눅진한 바다 거품 바위틈에 고이고

빗소리 목탁 소리 파도 소리

사이

영롱한 풍경 음가音價 없이 고인다


얇고 하얀 비단 한 필이 검은 바위 쓸어갈 때

인간사 무상하여 참으로 기쁘다

가볍고 넓은 깨달음 하나

빗물 따라 유영하는 단풍 위에 망망히 떠내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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