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곳

by 나를

올해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내일 우리 가족은 또 다른 둥지로 이사 간다. 올해 벌써 3번째 이사이다. 결혼하고 스무 번이 넘는 이사를 하였지만 여전히 힘들다. 이사 전, 후로 몸의 통증이 더 심해진다. 처리해야 될 일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외출할 때도 가스를 잠갔는지 문을 닫고 나왔는지 걱정을 하는 사람인지라 모든 일에 신경이 과민하게 반응한다. 타고난 성향에 자라면서 마음속 불안감이 강박증으로 나오는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불과 3달 전만 해도 나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일도 마음을 크게 먹어야 했다. 그래서 주로 저녁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면서 엘리베이터에서도 아무도 안 마주치길 바랐다. 대인기피증이 심했던 것이다. 운전할 때 터널을 지나가자면 벌써 핸들을 놓고 싶고 머리가 아득해지면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요즘도 그 증상은 여전하다. 나는 병원을 다니는 것을 거부하고 집 안에 있는 방법을 택했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마음이 견딜 수 없이 힘들 땐 그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냥 누워 있었다. 누워 있으면서도 머릿속엔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지나간 과거에 얽매어 살고 있었다. 과거를 생각하면서 과거를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다 내 옆에 있는 가족들이 측은해 보였다.

우리가 왜 이번생에 만났을까? 전생에 원수가 가족으로 만난다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딸은 나와 성향이 달라서 자주 삐그덕거렸다. 오랜 시간 고민 후에 드러나지 않은 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겉으론 야무지고 때론 생각 없이 내뱉는 말로 상처를 주지만 내면에 감춰진 외로움과 내색하지 않는 힘듦이 보였다. 한편으론 내 사랑이 부족한 것 같아 미안했다.


나는 내 세상에 갇혀 살았던 것이다. 늘 엄마에게 더 많은 사랑을 갈구하는 자식들에게 미안하고 남편을 원망한 나 자신이 보였다. 그들도 자신의 삶 속에서 허우적거릴 텐데 내가 더 넓은 마음으로 품지 못하였다.


사람이 미울 땐 그들이 나한테 잘해줬던 일, 자식이 내 품에 안기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미워하는 감정이 고개를 수그러뜨린다.


인생살이가 힘들어도 우리는 살아간다. 때론 치열하게 때론 잠시 멈춰 있어야 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상황 속에 함몰되지 않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지켜낼 수 있다.


삶을 너무 잘 살려고 하지 않는다. 나의 마음이 머무르고 나의 마음이 깨어있기를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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