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날들

by 나를


4년 전 타 지역의 대학에 입학한 딸은 기숙사에 입사했고 잘 적응하며 다닐 줄 알았다. 하지만 딸은 그다음 날에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룸매트랑 같이 생활하는 게 몹시 불편하고 집밥이 아닌 식당 음식을 먹다 보니 아토피가 더 심해지고 또 가장 중요한 건 외롭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힘들면 집에 돌아왔겠나 싶어서 다시 돌려보내지는 못했다. 딸은 다시 대학 입시를 준비하였고 다음 해에도 원하는 과에 합격하였지만 나는 타지방에 있는 대학이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딸은 일 년이 지났으니 이젠 기숙사던 하숙이던 적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딸은 또다시 하숙에서 돌아왔다. 그래도 버티려고 안간힘을 썼던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고열에 시달리며 며칠을 나와 같이 잤다. 엄마가 그립고 집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내가 자식을 잘못 키운 건가 싶었다. 아산에서 대전으로 매일 통학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딸에게 자퇴를 하는 게 맞지 않냐, 하고 싶은 공부지만 매일 먼 거리를 왕복하는 건 불가능하다. 건강도 안 좋고.. 라며 설득했다.

딸은 유일하게 하고 싶은 공부라며 포기를 못 하겠다고 했다. 딸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며칠 후 딸이 통학하기에 최대한 편한 곳인 천안아산역 근처로 집을 구했다. 딸은 역까지 걸어가서 ktx를 탄다. 그리고 대전역에서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간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그 반대로 돌아온다. 딸은 내년에 4학년이 된다. 오랫동안 우리 가족은 평일에는 역 근처에 있는 집에 머무르고 주말에는 우리 집을 오가며 생활했다. 중간에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다시 우리 집에서만 생활하기도 했다. 그 상황에서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 졸업을 일 년 앞두고 있다. 늘 사랑을 갈구하고 자기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딸의 모습에서 삶의 동력을 느낀다. 독립할 생각도 없고 아직도 고등학생 같지만 쾌활한 웃음소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기도 한다. 엄마 옆에서나 혼자 설 수 있을 때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나와는 많이 다른 모습의 딸을 통해 무기력한 나도 딸의 조잘대는 소리에 힘을 내어본다. 딸과 많이 웃고 때론 싸우기도 하면서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마음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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